자본시장법·금투협 출범에 한때 사명 붙이기 유행
‘정체성 재정립·인지도 제고’ 목적 하에 다시 회귀
증권업황 변화 반영…코로나 후 리테일 중요성 ‘업’
DB금융투자가 사명을 DB증권으로 바꾸기로 하며 한 때 증권사 이름 말미에 유행처럼 붙었던 ‘금융투자(Financial Investment)’를 사용하는 곳이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업계 사업구조와 정체성 변화에 따른 것으로 상징성을 가진단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한 국내 증권사 37곳 중 현재 ‘금융투자’를 사명으로 하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다. 22곳이 ‘증권’을 사용하고 있고 14곳은 ‘투자증권’을 쓰고 있다. 최후의 금융투자마저 다음 달이면 업계에서 자취를 감춘다.
DB금융투자는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DB증권으로 사명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8년 만에 사명 변경이자 증권으로 ‘회귀’다. 회사는 지난 2017년 동부그룹이 그룹명을 DB로 변경함에 따라 동부증권에서 현재 사명으로 바꾼 바 있다.
과거 DB금융투자를 포함해 사명에 금융투자를 사용하던 증권사는 3곳 있었다. 이들은 모두 금융그룹에 속한 증권사로 금융투자 전문회사로서 계열사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었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금융투자업은 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집합투자업·투자일임업·투자자문업·신탁업의 6가지 업무로 구분됐는데 사명의 ‘금융투자’는 자산운용(WM)과 기업금융(IB)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투자회사를 지향한다는 정체성을 반영했다.
먼저 사명에 금융투자를 쓴 건 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02년 4월 굿모닝증권을 인수해 신한증권과 합병시킨 이후 2009년 8월 신한금융투자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어 하나증권의 전신인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2008년 하나IB증권 흡수합병한 이후 2015년 하나금융투자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같은 증권사들의 ‘금융투자’ 사명 변경에는 지난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의 시행에 맞춰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한국선물협회가 통합해 금융투자협회가 출범한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증권사들의 ‘금융투자’ 사명 떼기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증권사 본연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국내외 사업을 전개하기에 유리하도록 인지도를 제고하겠단 목적에 따른 것이다. 이제 막 투자에 뛰어든 일부 개인투자자의 경우 금융투자와 증권의 업권이 다른 것으로 헷갈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해외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도 적용됐는데 금융투자를 의미하는 파이낸셜인베스트먼트(Financial Investment)가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과 같은 투자사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어 사업 확장에 일부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당시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에서 각각 사명을 바꾼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정체성 재정립과 인지도 제고 등을 사유로 거론한 바 있다.
DB금융투자 관계자도 이번 사명 변경과 관련해 “고객 인지도 측면에서 증권사로의 정체성을 재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사명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을 강조한 사명 변경은 증권업의 업황 변화도 상징한다. 그간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IB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보였으나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확산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개인투자자가 매해 급증하며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사명 변경에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테일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인지도 제고가 중요하단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22년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사명을 바꾸던 당시 DB금융투자만 금융투자를 유지해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금융투자가 사라지는 건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