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살리자" 中 정부, 이구환신 올해 소비재 품목 늘려
가전·스마트폰 수요 폭발적…삼성 DS·삼성전기 호재
모바일·가전은 신규·교체 수요 빼앗길 듯…MS 낮아 영향 없다는 관측도
경기 부양을 위해 중국이 소비재 구매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 품목을 확대하면서 삼성 사업부·계열사간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전자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중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DS(반도체), 삼성전기 등은 쾌재를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동일 품목으로 경쟁하는 모바일(MX), 가전(CE) 사업부는 울상을 지을 전망이다. 중국 내 한국 스마트폰·가전 점유율이 낮아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확대·실시한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 효과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구환신은 승용차, 생활가전 등 낡은 소비재를 새 제품으로 바꾸면 정부가 구매 가격 일부를 보조금 형태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작년 시행한 이구환신 정책이 호응을 얻자 정부는 올해 가전 보조금 지원 대상을 4종 늘렸다. 이에 따라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에어컨, 컴퓨터, 온수기, 가정용 스토브, 환풍기 8종에서 전자레인지, 정수기, 식기세척기, 전기밥솥까지 12종으로 확대됐다.
전자기기도 보조금 대상에 새롭게 추가했다. 대상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로 6000 위안(약 118만원) 이하 제품을 사면 물건값의 15%, 최대 500 위안(1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NDR)에 따르면 중국 연휴인 춘절(1월 28일~2월 4일) 기간 휴대폰 매출은 전년 동기와 견줘 182%, 가전은 166% 급증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춘절 기간 전국적으로 휴대폰 등 디지털 제품 판매량은 450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이구환신 총 매출의 45%를 차지한다"며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기존 예상 보다 이른 시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 및 내수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정책을 연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가전 및 전자기기 수요가 견조할 경우 중국에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자 DS 부문 및 삼성전기 수혜가 점쳐진다.
휴대폰, PC에는 주로 레거시(범용) 메모리 반도체가 쓰인다. 내수 진작 효과 등으로 중국 IT 기기 재고가 크게 줄어들면 제품 제조를 위한 메모리 수요는 자연스레 늘어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월 현재 스마트폰, PC업체들의 메모리 모듈 재고는 지난해 하반기 최고치 대비 50% 이상 감소해 2분기부터 범용 메모리 반도체 재고 건전화 시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이달 중국 스마트폰, PC업체들의 메모리 모듈 재고는 이구환신 보조금 지급에 따른 춘절 매출 급증으로 큰 폭으로 감소해 3월부터 메모리 구매 수요가 신규 발생할 것"이라며 "작년 4분기부터 급락한 D램, 낸드 가격 하락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도 "이구환신 정책으로 IT 수요가 늘어나 전체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 기업 뿐 아니라 중국업체도 수혜를 입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를 기회로 삼아 범용 메모리 생산을 마냥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은 지난달 말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생산을 위해 레거시 공정 라인 운영을 최적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또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업체들이 생산능력을 늘리며 가격을 깎아내리고 있는 데다 이구환신 지속성도 판단하기 힘들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교수는 "중국 소비 심리 장기화, 중국 메모리 기업 생산 증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들에게 이구환신이 얼마나 실익을 가져다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업 등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는 이구환신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제조사들이 재고 부족을 이유로 주문량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주요 중국 고객사로는 샤오미, 비보, 오포 등이 꼽힌다.
박형우 SK증권은 "이구환신 보조금 적용이 스마트폰 등으로 확대돼 삼성전기 부품 수요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은 "이구환신으로 중국 내수 스마트폰 출하량 12.5% 성장시 올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8300만대"라며 "중국 스마트폰에 노출된 MLCC의 삼성전기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MLCC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자동차, PC, 서버 등 IT 제품에 두루 쓰이는 만큼 공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삼성전기의 1분기 증권가 평균 컨센서스(추정치)는 197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9.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달리 동일 품목으로 경쟁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부는 부정적 영향이 점쳐진다. 애초 이구환신이 '애국 소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국산이 외면 받을 것이라는 우려다.
신규 수요든 교체 수요든 중국산 위주로 수요가 늘어나면 한국산 제품은 그만큼 설 자리를 잃는다. 가뜩이나 알테쉬(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와 로보락·에코백스 등 중국 로봇청소기 공습으로 국내 안방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담은 더 크다.
이와 반대로 중국 내 갤럭시 등 한국 브랜드 스마트폰 점유율이 그리 높지 않아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기준 중국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은 화웨이, 샤오미, 비보, 아너, 오포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2013년 한 때 점유율 13%를 기록하던 삼성전자는 현재 '기타'에 분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