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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유대' 위해 선대조차 이용?…김정은, 4년만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입력 2025.02.17 16:19 수정 2025.02.17 16:24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광명성절' 맞아 김일성·김정일 동상 헌화

'선대 지우기' 한계…'북러 관계' 부각 의도

통일부 "기존 선전 기조서 벗어나진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4년만에 자칭 '광명성절'(김정일 생일, 2·16)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 경의를 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이날 참배에는 박정천·리히용 당 비서, 노광철 국방상, 김재룡 당 부장, 김여정 당 부부장이 수행했다. ⓒ연합뉴스

그간 독자적인 우상화를 위해 '선대 지우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년 만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를 완전히 지우는 데 한계가 뚜렷한 가운데, 최근 더욱 밀착된 북러 관계에 역사적 전통과 유대를 심어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이른바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했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시신이 안치돼 있는 곳이다.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공개된 것은 2021년 참배 후 4년 만이다.


현장에서 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의 혁명사상과 위업에 언제나 충직해 조국의 무궁한 부강번영과 인민의 안녕과 복리증진을 위해 성스러운 투쟁에 헌신분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이번 참배가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및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기존 북한의 선전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구병삼 대변인은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부터 꾸준히 10년 정도 참석하다가 최근 3년은 참석하지 않았다"며 "4년 만에 참석을 했는데, 별도로 평가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독자적인 통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선대 지우기'에 나섰지만, 완전히 선대를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이번 행보에서 드러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있지만, 선대의 유산을 기반으로 발전시키는 방식도 존재한다"며 "핵무력 완성 역시 선대부터 이어온 정책을 완수한 것이지, 전적으로 김정은 정권에서 새롭게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참배를 통해 선대의 유산을 일부 계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북러 관계의 역사적 전통을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북한 내부적으로는 체제 정통성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는 북러 관계가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 역사적 뿌리를 지닌 협력 관계임을 부각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단 분석이다.


앞서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적극 추진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 이후 처음으로 2000년 7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두 정상은 2001년 7월 모스크바, 2002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다시 회담을 가졌으며, 김정일 위원장은 2011년 8월 러시아 울란우데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지난해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찾는 등 김정은 정권에서 북러 관계는 더욱 긴밀하게 다져졌다.


전 전 원장은 "최근 러시아와 북한,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 않느냐"라며 "자기 아버지인 김정일이 그렇게 해왔으니 현재 북러 관계 개선은 뿌리 없이 즉흥적인 것이 아닌 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과 유대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라는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말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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