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금리 인하 지연·글로벌 무역 갈등·해킹 등 약세 요인
"과거 상승 때도 조정 발생, 단기 바닥"vs"1억원 선까지 하락 가능"
비트코인이 올해 처음으로 1억3000만원대로 후퇴하며 조정장세가 길어지고 있다. 9만 달러(약 1억2866만원) 지지선 테스트가 무너지면 7만 달러(약 1억7만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서 오후 1시11분 기준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3.72% 하락한 9만1951 달러(업비트 기준 1억339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4일 비트코인이 업비트에서 거래된 1억3372만원(시가 기준)과 유사한 수준으로, 약 세 달 만에 당시 가격으로 회귀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전인 지난달 20일 10만9115달러(업비트 기준 1억6332만원)의 최고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은 이후 조정 장세를 맞으며 한 달 만에 최고가 대비 18.66% 내린 상태다.
알트코인의 경우 하락폭이 더 크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이날 8.55% 하락한 2485 달러, 엑스알피(구 리플)도 9.02% 떨어진 2.25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하락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먼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 심화도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가상자산 해킹 사건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지난 21일,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이 발생하면서 글로벌 2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에서 약 2조원 상당의 이더리움이 유출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되며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도 지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무역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내달 4일부터 적용할 예정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미국의 소비심리지수 급락, 미국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 하락 등은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지표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며, 결과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미국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과 같은 위험자산에 큰 하락세를 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의견과 7만 달러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먼저 2017년 강세장 당시에도 현재 하락폭 만큼의 조정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 공동 설립자인 얀 하펠은 "바이비트 해킹 사건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을 손절매하는 움직임은 적다"며 "비트코인의 주요 지지 구간은 9만2000 달러로, 손절매가 늘어날 경우 현재 구간이 바닥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융서비스 기업 리얼비전의 최고경영자 라울 팔도 "비트코인은 2017년 새로운 최고점을 기록하기 전 5번의 조정을 겪었고, 그 사이 알트코인은 최대 65%까지의 큰 폭 하락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멕스의 공동 설립자인 아서 헤이즈는 "비트코인 하락장이 오고 있고, 현재 구간의 지지선이 무너지면 다음 지지선인 7만 달러까지는 하락할 수 있다"며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이 ETF를 통해 현물을 매도하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는 비트코인 선물을 다시 매수하는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스트래티지는 24일(현지시간) 20억 달러(약 2조8602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비트코인 매입이다. 이를 스트래티지는 개당 평균 9만7514달러(약 1억3945만원)에 2만365 BTC를 확보했다. 이로써 스트래티지의 총 비트코인 보유량은 49만9096개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 공급량(2100만개)의 약 2.4%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전 세계 최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