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권자 지정감리 대상 다중이용 건축물로 확대 추진
부실시공 막겠단 취지지만 건설업계 실효성에 물음표
지자체 감리 지정한 건축물, 사고 발생률 25% 더 높아
“기존에 있던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건설현장 사고는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제도를 뜯어 고치기 보다 이미 있던 장치가 잘 작동 중인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한때 건설현장 붕괴사고로 정부가 각종 부실시공 방지 대책을 쏟아내던 시기 취재차 연락하던 전문가들이 반복적으로 하던 얘기다.
지난 2022년 광주 화정 아파트에 이어 2023년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는 사후 처방으로 갖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때 건설업계에서는 설익은 대책이 오히려 먼 미래에 부실시공을 부르는 나비효과가 되지 않을까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 감지되는 지자체 지정 감리제 확대 추진 움직임도 이같은 맥락에서 건설현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허가권자 지정감리 대상을 다중이용 건축물로 확대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개정되면 국토부는 시행령을 통해 5000㎡ 이상 문화·집홰·판매시설 또는 16층 이상 건축물 등 대규모 다중이용시설을 지정감리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공공이 감리자를 지정함으로써 건축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엄격한 잣대로 감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환경을 조성한단 취지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선 지자체 등 공공에서 과연 역량 있는 감리업체를 선정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으로 회의적인 반응이 크다.
실제로 광주 화정 아파트와 인천 검단 아파트도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에서 감리를 선정했으나 붕괴사고가 발생하며 감리 부실 문제가 지적된 곳이었다.
특히 국토안전관리원이 지난 2022~2024년 건축공사 안전사고 발생 현황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정감리제로 감리자가 정해진 곳에서 안전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감리업체를 지정한 건축물(아파트·연립주택)의 경우 100만㎡ 당 사고 수가 34.4건으로 조사됐으나 그렇지 않은 건축물은 27.6건으로 더 낮았다. 지정감리제가 적용된 건축물의 안전사고 발생률이 24.5% 더 높은 셈이다.
매번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외면하고 규제만 강화한다고 해서 건설 현장의 안전과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할 수 없다.
이번 감리 제도 개편 방안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건설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감리 제도를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민 없이 쌓아 올린 규제는 오히려 제 3의 붕괴사고를 막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