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기준금리 연 3.00→2.75%
아파트값 4주 연속 오름세, 지난달 매매 거래량도 3000건 돌파
규제 완화가 집값 양극화 부추겨…부자만 수혜 입는 현상 심화
올해 들어 서울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부 해제되고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집값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다만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몰리는 서울 내 일부 상급지 단지 위주로 온기가 퍼져나가면서 수요자든 보유자든 부자만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한 뒤 그 폭을 키우고 있다. 올해 초 4주 연속 보합세를 유지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월 1주 0.02% 오른 데 이어 2주 0.02%, 3주 0.06% 상승한 뒤 4주 째에는 0.1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도 3000건대를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5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972건으로 이달 말까지 2월 계약분 거래신고 기한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하면 1월 거래량(3301건)을 추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대출규제 영향으로 집값 움직임과 아파트 거래가 주춤했으나, 올해 초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데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서울 자치구별로 아파트값 상승률을 살펴보면 2월 4주 기준 송파구가 0.58%, 강남구가 0.38%, 서초구가 0.25%를 기록하는 등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실제로 지난달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28억4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으며 동일 면적의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도 직전 거래 대비 4억5000만원 오른 40억원에 거래됐다.
여기에 기준금리도 연 3.00%에서 2.75%로 인하되면서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을 비롯해 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서울시 등이 참석한 ‘제 12차 부동산 시장 및 공급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에 등 주요 지역에 대한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열기가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 영향이 적고 수요가 몰리는 선호 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가 올해 하반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도입 등 대출 한도 축소 등이 예고돼 있어 중저가 단지가 몰린 외곽에선 금리 인하 등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고 나서 해당 지역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이 상승했다. 이후 키 맞추기로 비슷한 입지, 가격대를 형성하던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며 “강남권에서 가장 먼저 반응이 있었고 마·용·성 등 지역의 비슷한 가격대 단지들의 거래가 정체됐다 활발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어 “실거주와 투자가 모두 갖춰질 수 있는 지역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기 보다 수요가 국한되는 선호 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서 수도권 외곽 지역까지 집값 상승세 여파가 퍼지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같은 서울에서도 집값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주택 보유자나 수요자 모두 부자들에게 수혜가 집중되는 현상이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집값 상승 폭이 커지면서 보유자의 수혜 뿐만 아니라 수요자의 접근성도 부자들에게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 IAU 교수)도 “올해 초부터 거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맞물려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집값이 20억원이 넘은 마포구·성동구·강동구·동작구·광진구·양천구 등까지 매수세가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7~9월에 거래가 많았는데 올해 스트레스 DRS 3단계 도입을 앞두고 그 시기가 당겨진 것”이라며 “다만 대출 규제로 서울 외곽까지 매수 움직임이 본격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강남권에서 마·용·성까지만 매수 움직임이 나타나다 멈출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