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거부할 경우 영치금 잔액 공개 차단
영치금 압류 위해선 매번 통장사본 등 제출
피해자 "온라인 시스템 구축 등 대안 필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에게 1억원 배상 판결이 내려졌으나 시스템상 영치금 압류조차 어려워 피해자가 배상을 받기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산지방법원이 피해자 김모씨가 가해자 이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1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음에도, 피고의 재산을 압류하거나 이를 집행하는 과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소송 과정에서 피고 이씨가 한 번도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아 원고 주장을 인정하는 이른바 '자백 간주'로 판단하고 원고 청구 금액 전부를 인용했다.
사건의 가해자가 교정시설에 복역하고 있을 경우 영치금을 압류할 수 있는데, 수용자의 경우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 생계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일정 금액을 제외하고는 최저 생계비 이하 금액도 강제 집행할 수 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씨 역시 민사 판결 이후 관할 법원에 영치금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신청서를 제출해 압류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교정시설 내 영치금 관리 담당자에 따르면 영치금을 압류하기 위해선 매번 담당자에게 전화해 수용번호를 말해야 영치금 잔액을 확인할 수 있고 통장 사본과 신분증 사본 등 각종 업무에 필요한 자료를 팩스로 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재 법무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에서 영치금 잔액을 조회할 수 있지만 수용자가 지정한 민원인에게만 허용되며 이씨처럼 수용자가 거부한 경우 공개가 차단된다. 영치금이 1인 당 최대 300만원까지로 제한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김씨처럼 손해배상금이 클 경우 이 같은 절차를 계속 밟아야 한다.
피해자 김씨는 "어차피 전액을 받지 못할 것을 알았지만 영치금이 압류돼 범죄 피해자에게 전달되는 현실을 알고 싶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한 것"이라며 "회복적 사법을 중요시하는 사회라는데 재판이 끝나면 정작 피해자에게 모든 부담이 안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20년 동안 영치금을 묻기 위해 몇 통의 전화를 해야 하는지 두렵다"며 "영치금은 압류명령이 내려졌을 때 피해자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인 만큼 관련 온라인 시스템이 구축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해자 이씨는 지난 2022년 5월22일 오전 5시께 부산진구 서면에서 귀가하던 피해자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10여분간 쫓아간 뒤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징역 20년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