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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무슨 죄?’ 한국 럭비는 왜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나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5.03.31 13:43 수정 2025.03.31 13:43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제39회 충무기 전국 럭비 선수권대회, 일반 팬 외면 속 조용히 막 내려

경기 개회 장소인 전라남도 진도, 접근성 떨어지고 중계 환경도 열악

규정에 없는 징계 번복, 자격정지 징계 심판위원장 임명도 일부에선 우려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치러진 제39회 충무기 전국 럭비 선수권대회. 경기에 나선 한 선수가 뒤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 데일리안 김평호 기자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로 한동안 관심을 받았던 한국 럭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또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다.


지난 18일 개막해 29일 끝난 ‘제39회 충무기 전국 럭비 선수권대회’는 일부 럭비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일반 대중의 관심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해당 대회는 대한럭비협회가 주최한 올 시즌 첫 대회였지만 수도권에서 다소 떨어진 전라남도 진도에서 대회가 열려 럭비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선수 가족이나 팀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일반 팬들은 대회의 존재 자체를 인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대회에 출전한 한 선수는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을 두고 왜 멀리 진도까지 내려와서 대회를 치르는지 모르겠다. 럭비 관계자들을 위한 대회 같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현장 접근이 어렵다면 팬들의 편의를 위해 중계 환경이라도 좋아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송출된 럭비 중계는 전문 해설진 없이 카메라 고작 1대가 돌아가다 대회 막바지에야 해설진이 투입됐다.


대회 운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데일리안’ 취재 결과 대회 초반 실업부 오케이(OK) 읏맨-한국전력전에서 읏맨의 한 선수가 퇴장을 당했다. 경기 직후 퇴장자처리심의위에서 해당 선수에 최초 ‘엄중 경고’ 처분을 내렸다가 3일 뒤 재심을 열어 ‘1경기 출전 정지’로 심의결과를 변경했다.


상벌규정상 24시간 이내 선수와 해당팀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징계는 확정인데 읏맨의 이의 제기가 없음에도 타구단의 이의 제기에 재심의가 진행돼 논란을 키웠다. 이에 대해 럭비협회장 등 수뇌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입장을 전했다.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열린 제39회 충무기 전국 럭비 선수권대회서 중등부 경기가 열리고 있다. ⓒ 데일리안 김평호 기자

여기에 대한럭비협회는 과거 논란 이력이 있는 럭비인을 심판위원장으로 선임하며 심판 판정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해당 심판위원장의 경우 과거 부정선수를 출전시킨 이유로 1년 동안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물론 과거 징계가 있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직책을 맡을 수 없다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행정직이나 운영위원회와는 달리 심판위원장은 경기 판정의 공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직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선수와 학부모, 스포츠팬들의 반론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해외 주요 스포츠 리그에서는 심판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엄격한 윤리 기준을 적용하며, 징계 이력이 있는 인사는 심판직에서 배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판위원장은 경기 내 판정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하는 자리로 그 직책이 갖는 책임과 중요성을 고려할 때 더욱 신중한 인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는 오롯이 선수들의 몫이다. 일반 관중은 거의 없이 선수 가족, 소수의 구단 관계자들만으로 채워진 경기장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치르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은 열악한 한국 럭비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씁쓸함을 남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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