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AX, AI 기반 CT 등으로 통신 시장 정체 극복
같은 날 KT 새노조, 통신 축소 및 구조조정 비판
KT가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AICT(AI+ICT) 기업'으로의 완전한 전환을 선언했다. B2B(기업간거래) AX(AI 전환), AI 기반의 CT(통신기술), 미디어 사업 혁신으로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통신 시장 정체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같은 날 KT새노조는 회사의 통신 기술 투자 축소와 구조조정을 비판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오히려 통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3기 KT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올해 회사 목표로 'AICT 기업으로의 완전한 변화'를 제시했다. AICT란 인공지능과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1년이 지났다. 그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AI/IT 분야에서 미래 성장의 근본 동력을 확보했고 내부적으로는 역량, 인력, 사업 혁신에 집중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본질적 변화와 혁신 가운데 기업가치에도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중장기 '밸류업 계획'을 통해 AI/IT 중심의 성장 비전이 구체화 되면서 KT 기업가치 또한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올해에는 B2B(기업간거래) AX(AI 전환), AI 기반의 CT, 미디어 사업 혁신으로 'AICT 기업으로의 완전한 변화 '를 달성하고, 기업가치 향상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새로운 AI/IT 시장을 개척해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 인력 정예화, 경영체계 고도화 모두 중요 과제"라고 말했다.
KT는 최근 AI 포트폴리오 확대와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통신·비통신을 아우르는 실적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를 끌어올리고, 동시에 AI 기업으로의 전환 의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메시지다.
이같은 중장기 전략은 통신 시장의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KT의 이동전화 점유율은 2022년 28.5%, 2024년 28.2%였다. 초고속인터넷도 2022년 41.3%이던 점유율이 2024년 40.3%로 큰 변화가 없었다. 1%p 내외에서 점유율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통신 시장이 '고착화'됐음을 의미한다.
통신 시장 정체를 극복하려면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기업 체질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장기적으로 통신 보다는 비통신 비중을 높여야 더 높은 성장·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 수 있다. KT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KT는 이번 주총에서 '경영전략' ' AX 사업 가속화 전략' 등 주요 경영진이 올해 회사의 방향을 상세히 소개하는 '전략 세션'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정우진 KT 전략사업컨설팅부문 전무는이 자리에서 톱티어(일류) 고객섹터를 선정해 조기 레퍼런스(헙업 사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를 AX 사업의 티핑 포인트(변곡점)로 삼고, 고속 성장 기업 구조적 전환을 추진한다. 이같은 전략으로 2023년부터 2028년까지 AX 매출 300% 성장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AI 엔지니어링, 산업별맞춤 컨설팅, 글로벌/국내 최고전문가를 통한 혁신 실행을 내세웠다.
이같은 전략에 대해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총 전략 세션에서 발표한 AX 가속화 전략을 실제 성과로 보여준다면주가와 기업가치는 다시 한 번 더 레벨업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KT 노조는 이같은 회사의 방향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주총 개회시간 1시간 전인 오전 8시, KT 제2노동조합인 KT새노조는 '통신기업 KT 바로세우기, 통신 공공성 강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KT가 탈통신 전략에서 벗어나 통신 공공성 강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20여명의 노조원이 참석했다.
김미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T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KT가 탈통신 전략 아래 기술 인력을 대규모 구조조정하고 부동산 매각도 단행하면서 통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지난해 AICT 하겠다며 (회사는) 구조조정을 했다. 제대로 된 AICT 하려면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고 우수한 노동자들을 그 위에 얹혔을 때 할 수 있으니 구조조정을 멈춰야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을 전혀 상관없는 영업으로 발령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KT 경쟁력인 부동산도 내다 팔겠다고 한다. 경제 상황이 나쁘니 공시지가 보다 낮게 팔라고 지시한다는 소문이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왜 가르나"라면서 "그러니 KT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부동산 팔아 (김 사장이) 연임을 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KT 대표 체제 이후 낙하산 인사도 다양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정치권, 검찰, CNS 등 낙하산 분야가 다양하다"면서 이중 "윤상웅 KT 상무는 유관 기관 입사 제한을 두는 공직자 윤리 위반에 적용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윤 상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4급 서기관 출신으로 KT가 지난 2월 말 대외협력(CR)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진도 ICT와 상관없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KT는 사외이사로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 IT개발센터 센터장(부사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민간 운영위원, 김용현 세정대 법학전공 석좌교수 등을 재선임한다. 김 지부장은 "이중 누가 AICT에 걸맞은 전문가이며 통신 전문가인가. AI는 명분일 뿐 김영섭 대표 (연임) 명분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KT 정상화를 위해 ▲윤석열 정부 낙하산 임원진 전원 퇴출 ▲투명한 인사 검증 시스템 ▲노동자 이사, 소비자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 이사회 구성 ▲5G 고도화, 6G 기술 선도 투자, 숙련 노동자 투자 등 통신 시설 투자 ▲KT 노동자 사과 및 추가 구조조정설 입장 표명 등을 요구했다. 김 지부장은 "새노조는 KT 대안세력으로 함께 머리를 맞대며 고민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KT는 새노조와 즉시 대화에 나서라"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