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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억 노태우家 비자금' 쏙 뺀 추징금 완납…'모르쇠' 모드 노소영 서면 뒤엔


입력 2025.03.31 11:21 수정 2025.03.31 13:05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노태우 비자금 메모' 자폭해 놓고…대법원엔 '추징금 완납' 참고서면

노태우 스스로 밝힌 비자금 5000억원중 추징은 2600억 밖에 안돼

김옥숙 여사 메모에 '904억'…가족들이 은닉해 추징 못한 비자금이라는 게 정설

시민단체, 노태우 과거 미화에 비자금 활용 가능성도 제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180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데일리안 자료사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한 추징금을 다 갚았다고 주장하는 서면을 대법원에 제출해 논란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을 계기로 노태우 일가가 숨겨뒀던 비자금이 화수분처럼 나오고 있는 가운데, 노 관장 측이 진실을 밝히거나 사과하지 않고 '할 건 다 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는 비난이 나온다.


'노태우 비자금 메모' 자폭해 놓고…대법원엔 '추징금 완납' 참고서면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관장은 이달 초 이혼 소송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는 대법원에 참고서면 형식으로 제출한 의견서에 자필 형식의 메모를 삽입시켜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선고받은 추징금을 다 갚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2개 메모에 등장한 비자금의 출처와 기여도 판단 부분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법률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1997년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2708억원어치의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2628억원에 대한 추징 선고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김 여사가 노 전 대통령이 조성했을 것으로 보이는 비자금 메모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증거로 제출하면서 과거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노태우 일가의 '안방 비자금' 실체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김 여사가 아들 노재헌 씨가 원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의심되는 부분만 해도 김 여사 메모의 904억원뿐 만 아니라 동아시아문화재단 147억원, 노태우 재단 5억원,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해외 은닉 부동산으로 추정되는 것까지 상당한 규모다.


노태우 스스로 밝힌 비자금 5000억원중 추징은 2600억 밖에 안돼


실제로 1991년경 노 전 대통령이 900억원의 자금을 갖고 있었다면 합법적인 자금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불법 비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법조계 다수의 의견이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공약으로 재임 중에 대통령의 재산을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대통령 취임 이후인 이듬해 4월 자신의 전 재산이 5억2000만원이라며 구체적인 내역까지 공개했다.


재산 목록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과 주식, 예금, 부동산 등이 있었다. 스스로 공개한 재산이 5억원 정도에 불과한데 집권 4년 차에 전 재산의 1800배 가까운 돈을 합법적으로 취득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승원 의원도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1995년에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4189억원 정도라고 수사 결과 발표가 나왔는데 2628억만 환수되고 1400억여원이 붕 뜬 상태였다"며 "904억원 메모 등이 이혼 소송 때문에 드러나게 됐는데 이런 불법 수익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서 환수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좀 마련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 중ⓒ독자제공
시민단체, 노태우 위인화에 비자금 활용 가능성 제기…진실 밝혀야


특히 시민단체들은 노태우 일가의 이같은 은닉 비자금이 노 전 대통령의 '위인화' 작업에도 활용됐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는 노재헌 원장이 제작한 노태우 전 대통령 관련 만화책이 전국 도서관에 배포된 것과 관련해 "출처를 알 수 없는 거액의 자금이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만화로 읽는 인물이야기: 대통령 노태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재단법인 보통사람들의시대 노태우센터가 작년 10월 출간해 인천·대구·포항·마산·진행·통영·부산·원주·제주·여수 등 전국 도서관 20여 곳에 배포됐다.


13대 대통령 선거 당시 지역감정에 불을 질러 영남 표를 결집시킨 노태우 후보의 광주 유세 등을 여과없이 담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노 관장의 최근 의견서에는 노재헌 원장이 광주에서 사과를 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의견서의 전후 맥락을 보면 마치 노 전 대통령이 은닉한 비자금을 다 국가에 납부했고, 5·18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노 전대통령을 대신해 사과를 했다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


5·18 기념재단은 이에 "그간 추징금을 완납했다는 이유로 전두환에 비해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온 노태우의 이미지가 위선과 이중성에 가려져 있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노태우 일가가 해야 할 일은 미화로 점철된 전기 출판이 아니라 회고록 개정을 통한 진정성 있는 사과"라며 "역사를 왜곡하려는 모든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임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태우 회고록에서 유혈 진압의 책임에 대해 '경상도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의 씨를 말리러 왔다는 유언비어를 듣고 시민들이 무기고를 습격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재단은 개정을 요구했지만, 아들 노재헌씨는 수차례 공언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항소심 이전까지는 노태우 일가가 추징금을 전액 갚은 것처럼 해 국민들의 동정을 샀지만, 항소심 판결 이후엔 '노태우 비자금' 은닉 의혹과 관련한 문제 제기가 쏟아지고 있다"며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은닉, 돈세탁, 불법 증여는 현재진행형인데, 추징금을 다 갚았다는 서면을 법원에 낸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식 억지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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