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열풍과 브랜드 경쟁력에 몸값 기대↑
중국 시장 부진·올드한 이미지 등은 약점
애경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그룹 모태인 애경산업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외적인 불확실성과 경기침체가 지속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K뷰티 열풍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에이지투웨니스(AGE20'S)’와 ‘루나’ 등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중국 시장 부진·업계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성장 둔화와 미국 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 등을 고려하면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3800억원대이며, 매각 대상인 경영권 지분을 고려하면 단순 지분 가치는 2400억원대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과 자산가치 등을 더하면 매각가는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애경그룹 입장에서는 애경산업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기를 원하고 있다.
AGE20'S와 루나 등 대표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 향후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루나는 일본 주요 도시에 팝업스토어를 잇달아 운영하며 2030 일본 여성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K뷰티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 올 1분기 수출 규모는 역대 1분기 중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지난해 1분기보다 13% 증가한 2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두 번째 수출액을 기록한 2021년 1분기 수출액 22억 달러보다 18.2% 오른 것으로 1분기 수출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한국 화장품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 역시 이같은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로레알그룹은 지난해 스위스 유통 그룹 미그로스의 자회사인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인수했고, 조선미녀라는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구다이글로벌은 라카코스메틱, 티르티르, 크레이버(스킨1004) 등을 품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경산업이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애경산업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애경산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67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3.5% 감소한 4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다. 애경산업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 해외 매출의 70%에 이른다.
애경산업의 대표 브랜드들이 K뷰티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애경산업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아직 경쟁력이 약한 반면 구다이글로벌, 아누아 등 국내 신규 인디 뷰티 브랜드들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의 이미지가 올드한 측면이 강해 해외 시장에서 먹힐지 의문”이라며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어 원매자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