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한-미 관세 협상 본격화
정부, 무역균형·비관세 장벽 해소 언급
무역 적자 개선···원유, LNG 수입
전문가 “조선업 등 韓 우세 분야 제시 관건”
미국이 90일간 상호관세 부과를 유예한 가운데 정부가 내주를 기점으로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조선업 분야 협력,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등이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 카드로 거론된 가운데 전문가 역시 단순한 대미 수입품 확대와 같은 단일 의제가 아닌 ‘패키지 딜’을 통해 상호관세율 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미국의 관세로 인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해 대체시장을 발굴하고, 지나친 수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제·통상 사령탑’ 내주 방미···관세 협상 본격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내주 미국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최소화를 위한 협상에 나선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미국 재무부는 다음 주 최상목 부총리 방미기간 중 베선트 재무장관과 통상현안 관련 회의를 가질 것을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내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희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기재부는 미국 재무부 요청 이후 구체적인 참석자와 일정에 대해 조율하고 있다.
안덕근 장관도 같은 기간 워싱턴DC를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를 만나 관세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의 방미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영국, 호주, 인도 등 5개 우방국과 무역 합의를 도출한다는 목표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美, 5대 우선협상국에 든 한국
미국의 5대 우선협상국에 한국도 들면서 장기간 미뤄졌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물꼬를 텄다.
정부는 줄곧 무역 균형 추구, 비관세 장벽 해소 등을 언급했다.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는 무역 불균형으로 인한 무역적자가 큰 요인인 까닭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르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는 지난 2017년 228억9000달러에서 2024년 658억5000달러로 크게 늘었다.
정재호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관세 인상은 무역적자 개선에 초점이 있어 보복적인 관세 대응보다는 무역적자 개선 방법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기초 원재료는 수입이 불가피한 품목이다. 미국 원유 수입 증가는 대미국 무역적자 개선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원유도입선 다변화 정책에도 부응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에서도 미국 천연가스 추가 구매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정부 “조선업, LNG 사업 협상 고심”···‘패키지 딜’ 구성 관건
이제 협상 테이블에 올릴 패키지 딜 구성이 관건으로 남았다. 패키지 딜은 미국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통화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 있다. 미국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와의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패키지 협상이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트럼프 2기 상호관세 조치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통해 “개별의제만 놓고 접근했을 때 실효관세 인하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러 고려 사항을 패키지화해 미국 측에 요구해야 한다”며 “우리 업계와 정부가 고려했던 미국과의 경제안보 관련 산업 및 기술 협력 의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미국에서 지적한 교역 및 비교역 장벽에 대한 우선 순위를 정하고 우리 대미 요구사항과 비교해 상대적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상호관세가 본격화되는 90일 동안 미국이 필요로 하는 부분과 우리가 지닌 강세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조선업과 미국산 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사업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거론해 온 주한미군 방위비 재협상 등을 거론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의 협상 시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패키지로 조합해 제시하고, 이를 통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며 “조선업, 에너지 협력, 방위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앞으로 90일은 미국이 원하는 것 중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것과 우리나라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중요한 시기다. 조선업 분야처럼 다른 국가보다 우세한 몇 가지를 선점, 제시하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불확실한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응해 우리나라 수출입 균형을 맞추고, 대체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예측할 수 없는 통상 정책을 지속한다면 향후 미국은 굉장히 불확실한 시장이 돼 버린다”며 “미국이 시장을 무기로 큰 이득을 취하려 한다면 이는 믿을 만한 협상이 될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수출을 강조하고 이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상황을 고려해보면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