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시공 과정 문제 가능성 제기…사조위 원인 규명 나서
포스코이앤씨, 사고 전날 기둥 파손 파악…균열로 신고
개통 지연돼 공기 촉박 “지반 보강·기둥 시공 불량 가능성”
신안산선 붕괴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에 대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환경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설계·시공 과정에서의 부실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어 시공사와 시행사가 사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사고 관련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선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13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에서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당시 보강 공사를 위해 현장에 있던 20대 근로자 1명이 붕괴 사고 후 매몰된 지 13시간 만에 구조됐고 50대 근로자는 지난 16일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붕괴사고 원인을 두고 여러 요인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중 터널을 떠받치고 있던 중앙 기둥이 사고 전 파손된 정황에 대해 시선이 쏠린다.
시행사 넥스트레인의 최초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붕괴사고가 발생하기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 터널 내부 중앙 기둥이 파손된 사실을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후 포스코이앤씨는 시청에 기둥 파손이 아닌 균열이 생겼다고 시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철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땅을 받치고 있는 시설들이 약했기 때문에 붕괴가 됐을 것”이라며 “시공상 문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둥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현장에서 현장소장과 감리가 이에 대한 문제를 빨리 파악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조치가 늦어지고 미흡했던 점이 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공사 현장의 지반이 취약한 상태였다는 점도 드러났다. 2년 전 감사원이 해당 공사 현장의 지반상태가 불량하다고 경고했던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2023년 1월 ‘광역교토망 구축 추진실태’ 보고서를 통해 터널로부터 약 19km 떨어진 곳에 암반이 부스러지는 등 일반 단층 파쇄대가 존재한다고 분석하며 지하 압력을 견디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인 인버트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시공 과정에서 불거졌던 복합적인 문제들이 붕괴 사고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촉박한 공사기간을 맞추려다 보니 시공 단계별로 고려돼야 할 사안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고 무리한 공사가 진행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9년 9월 착공한 신안산선은 당초 올해 4월 개통될 예정이었으나 공사 지연 등으로 개통 시점이 내년 12월로 미뤄진 상태로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약 58%에 불과하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기가 상당히 촉박하다 보니 무리하게 발파를 했을 가능성이 있고 터널공사 전 수행해야 하는 지반 보강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미흡하게 했을 수도 있다”며 “파손된 기둥 자체 부실 시공 문제도 예상해볼 수 있는데 기둥의 철근 양이나 콘크리트 강도와 크기 등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둥에 대한 부실시공 문제가 아니라면 설계 때부터 제대로 하중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공사에 활용된 투아치 공법에 대해서도 “터널 가운데를 굴착하고 균형을 맞춰가며 좌우 터널 굴착을 순차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