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5월 환율보고서 발표···지난해 11월 ‘韓 환율관찰대상국’
미국 플라자합의로 원화 절상 가능성 제기
KDI,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발표
“국내 요인 소비자물가 직격···환율 변동 요인별 정책 대응” 시사
통화(환율) 정책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7월 패키지(July Package)’ 통상 의제로 올랐다. 그간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환율이 통상 안건으로 나오면서 미국의 원화 절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상호관세로 인한 글로벌 통상환경 불확실성, 정치적 불안감 등 대내외요인으로 환율이 급변하면서 수입물가도 동반 상승,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 요인에 따른 정책을 마련해 거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7월 패키지에 환율도···환율보고서 분수령
미국이 한·미 관세협상 7월 패키지에 환율 정책도 포함했다. 그간의 통상협상에서 환율은 다뤄지지 않았으나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요청으로 담기게 됐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2+2 통상협의’ 결과 합동브리핑에서 “환율 정책의 경우에는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 간 별도로 논의해 나가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조만간 실무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원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미(對美) 무역에서 낮은 통화가치를 통해 흑자를 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더군다나 내달 미국 재무부의 상반기 환율보고서 발표까지 앞두고 있어 원화 절상 압박 수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를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환율관찰대상국은 국가가 환율에 개입해 교역 요건을 유리하게 만드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 등에 해당됐다.
미국이 환율 협상에서 ‘플라자합의’와 같은 방식으로 통화절상에 개입할 가능성도 시사되나, 인위적으로 환율 가치를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형 동향총괄은 “미국이 플라자합의처럼 통화 가치를 주요국 대비 전반적으로 절하시키면 당연히 미국 달러가 유지될 것이다. 타 통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달러에 비해 오르기 때문”이라며 “반대로 우리나라의 원화만 절상할 수 있는데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요인 장기적 영향···“환율 변동 요인별 거시정책” 필요
당장 미국과의 통상 협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환율마저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물가도 비상이 걸렸다. 환율 변동은 수입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원화 가치 하락 등의 국내 요인으로 환율 변화가 따를 시 소비자물가는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KDI 김준형 동향총괄과 마창석 연국위원이 29일 발표한 ‘최근의 환율 변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달러화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p) 상승할 경우, 미국을 제외한 국가로부터의 수입품 가격은 같은 분기에 0.49%p 오른 후 환율의 영향이 점차 축소돼 1년 누적으로는 0.25%p 증가했다.
반면 국내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1%p 상승할 시 달러를 제외한 통화 대비 원화 환율도 1%p 오르며 수입품 가격은 같은 기간 0.58%p, 1년 누적으로는 0.68%p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동향총괄은 “이러한 결과는 최근 강달러에 따른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물가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성과 파급력은 국내 요인에 따른 환율 상승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국내 요인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달러화 요인과 국내 요인으로 환율이 1%p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각각 같은 분기에 0.04%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년 누적 기준으로는 미국 달러화 요인에 따른 환율 1%p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약 0.07%p 견인하는 반면, 국내 요인으로 인한 동일한 환율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약 0.13%p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 연구위원은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를 기록한 가운데 수요 압력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부근까지 상승하는 경우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환율 변동 요인별 물가상승률 변동폭과 지속성을 감안한 정책 대응이 필요해졌다. 마 연구위원은 “달러화 요인으로 환율이 오를 때는 그 영향이 단기에 그칠 수 있음을 감안해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며 “환율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국내 요인의 영향이 커질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으므로, 향후 환율 추이와 변동 배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거시정책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