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도 ´사퇴 압력´ 다시 제기
친이계 "이대로 손놓고 당할순 없다…현수막부터 떼어내야"
경주지역 재보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계’ 정수성 후보가 친이-친박 갈등의 중심에 섰다.
정 후보는 3일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를 거론하며 사퇴를 종용했다고 밝혀 경주 재보선을 둘러싼 계파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지난달 29일 이 의원과 만났을 당시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부탁했다고 얘기했다”면서 “박 전 대표가 사퇴하라면 하겠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이어 “이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진영 의원에게 그 문제를 얘기해서 박 전 대표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고도 했다.
앞서 정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이명규 의원을 통해 후보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명규 의원과 이상득 의원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우리 정치의 수치”vs“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이번 논란의 쟁점이 ‘사퇴종용 진실공방’과 ‘이상득 의원의 지침여부’로 모아지고 있지만, 정작 여권은 박 전 대표의 입을 주목했다.
“경주지역 재보선의 판세는 누가 박심(朴心)을 잡느냐에 달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말 한마디가 승패를 가늠할 열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9 총선에서도 박 전 대표가 공천결과에 대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밝히자, 대구-경북-부산-경남 지역에 ‘박풍(朴風)’이 불어 친박무소속 연대와 친박연대 출신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도 달려오는 ‘화약열차’를 피하지 않았다. 정면출동 했다.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 정치의 수치”라며 ‘친이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후보 측에 따르면 ‘박풍’은 이미 경주에 도달했다. “유권자들이 ‘힘내시라’며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정종복, 박풍 앞에 ‘방패’ 대신 ‘창’
이에 경주지역 한나라당 후보인 정종복 후보측은 더욱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한다. ‘수비’가 아닌 ‘공격’을 택한 것은 박풍의 영향력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일엔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황수관 박사가 후보사퇴 후 정종복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황 예비후보는 이날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인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경주시를, 더 나아가 이 나라 대한민국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다”면서 “정종복 후보의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경북지역 의원들은 이날 경북도당위원회(위원장 정희수 의원)가 마련한 오찬에서 정종복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친이’ 성향의 한 인사는 기자와 만나 경주지역 재보선 판세와 관련, 이 같이 말했다.
“재보선은 투표율이 높지 않다. 그래서 조직력이 있는 우리 쪽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투표장으로 가면, 박근혜 보고 (정수성 후보를) 찍지 한나라당을 찍지 않는다.”
그는 또 “이번 논란이 커질수록 정수성이 ´난 박근혜의 남자´라는 것을 홍보하는 셈이다”면서 “당에서 손 놓고 당하면 안된다. 그 현수막(정 후보 선거사무실에 걸린 박 전 대표 사진)부터 떼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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