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UFC]‘뒤안길 침몰’ 크로캅…무기가 없다


입력 2010.09.27 10:01 수정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UFC 119]프랭크 미어에 니킥 TKO패

정형화된 패턴 간파..상대들 파해법 알고 올라와

스피드와 반사 신경까지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는 아무도 크로캅의 타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전장에 선 노병에게는 아무런 무기도 없었다.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36·크로아티아)이 또 무너졌다.

크로캅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콘세코 필드하우스서 열린 미국 종합격투기 ´UFC 119´ 헤비급 메인이벤트에서 전 챔피언 프랭크 미어(31·미국)에게 3라운드 막판 강력한 니킥을 맞고 드러누웠다. 미어의 3라운드 4분3초 TKO승.

지난 2007년 4월 가브리엘 ´나파오´ 곤자가(30·브라질)에게 하이킥을 얻어맞고 자존심을 구긴데 이어 또다시 타격에 의해 KO패를 당한 것. ‘대어’를 낚고 명예회복을 하는 게 아니냐는 팬들의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UFC 119 ´MIR vs CRO COP´ 대회는 크로캅에게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비록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의 대타로 출전하게 됐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메인이벤트로 걸린 대회라는 점을 떠올릴 때, 이겼더라면 충분히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실로 크다.


부활의 호재마저 놓치다

크로캅은 스스로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마저 무산시켰다. 미어가 전 챔피언 출신의 강자이긴 하지만, ´테이크다운(take down)´능력이 약한 주짓떼로라는 점에서 크로캅에게도 승산은 충분했다.

적어도 정상급의 이름난 강자 중에서는 ´상대성´에서 가장 해볼 만한 상대였다. 그러나 미어의 벽마저 넘지 못하고 쓰러지며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물론 경기 전부터 크로캅은 미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에 놓였던 게 사실이다. 현재의 페이스와 몸 상태는 물론 옥타곤 적응 여부-공격옵션 등에서 미어의 우세를 점쳤던 이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그래도 크로캅´이라는 마지막 희망이 있었고, 역전 카운터펀치 등 희박한 확률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어렵게 됐다. 그나마 여러 면에서 해본 만했던 미어에게도 처참하게 당해 그보다 체격과 힘이 좋고 레슬링 기량까지 갖춘 강자들에게는 작은 희망도 품을 수가 없다. 벌써 그들과 맞설 기회 자체도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특히, 단순한 KO패를 떠나 경기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다는 점은 더 큰 실망을 안겼다. 부쩍 떨어진 스피드와 노쇠한 몸 상태로도 노련미를 앞세워 엉거주춤 수비는 이뤄졌지만, 공격 쪽에서는 상대를 위협할 만한 어떤 무기도 발견되지 않았다. 마치 전쟁터에 맨손으로 출전한 노병의 쓸쓸한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다.


세상은 변했지만 그만은 변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크로캅은 빅네임 파이터들 중 가장 단순한 공격패턴을 구사해왔다. 사이드 스탭으로 공격을 피하고 짧은 단발성 펀치나 미들킥-하이킥 등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스타일은 이제 선수들은 물론 팬들조차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됐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왼쪽에 집중, 이제는 파해법을 상대들이 알고 올라선다.

더 큰 문제는 크로캅은 고집스럽게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별히 다른 무기의 추가는 차치하고 오른쪽에서 나가는 펀치나 킥조차도 보기가 쉽지 않다. 상대만 달라질 뿐 매번 같은 무기를 들고 나와 똑같은 각도와 방향으로 휘두르는 셈이다. 레벨 차이가 크게 나는 파이터들이 아니라면, 그러한 공격에 당하는 강자가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미어전 역시 재방송처럼 같은 레퍼토리가 이어졌다. 그가 보유한 무기 중 어떤 것도 미어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자신을 넘어뜨리려는 미어의 클린치를 적절하게 뿌리치며 스탠딩 위주로 경기를 끌고 나가는 것까지만 성공했을 뿐, 그 다음에는 한 것이 없다.

과거 프라이드 시절의 크로캅은 동물적인 반사 신경과 뛰어난 스피드를 갖춰 단순한 패턴에도 불구, 상대들은 그와의 타격전을 꺼려했다. 몇 번 펀치를 주고받다가 자신감을 잃고 성급하게 태클을 들어가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크로캅은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가다 빈틈에 공격만 몇 번 날리면 됐다.

하지만 스피드와 반사 신경까지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이제는 아무도 크로캅의 타격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전처럼 가공할 정도로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아니고 순간적인 카운터에 대한 부담감도 덜해 예측 가능한 몇 가지 패턴만 조심하면 정면에서의 난타전도 두렵지 않다는 반응이다.

미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테이크다운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타격전에서 딱히 위협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침착하게 공격을 풀어갔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MMA 전선에서 전혀 변하지 못하고 있는 크로캅은 살아남기 어려워 보인다. 그의 고집과 달리 격투판은 너무나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관련기사]

☞ ‘졸전 끝 실신’ 크로캅…미어에 3라운드 TKO패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종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