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작은 거인들´ 체급에 운다
K-1 출범 이래 최대위기 직면
거인 아닌 상품성 있는 유망주 살려야
´K-1 헤비급은 무제한급 그랑프리?´
전 세계 입식격투가들의 축제 ´K-1 월드 그랑프리 파이널´이 오는 12월 11일 K-1 본국 일본서 열린다.
한 해 동안 각종 예선을 거쳐 올라온 최고의 선수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마지막 우승자를 가리는 K-1 파이널은 입식 파이터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다.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종합격투기의 UFC와 더불어 세계 격투대회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과 달리 현재 K-1의 상황은 그다지 밝지 못한 게 사실이다. 오랜 세월 흥행을 이끌어왔던 인기 파이터들이 하나둘 은퇴 혹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것에 반해 눈에 띄는 새로운 스타가 없어 팬들의 관심도 점점 식어가고 있다.
타개책을 놓고 주최측-관계자 그리고 팬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 많은 팬들이 지적하는 부분이 ‘체급문제’다.
K-1은 최근 선수들이 거구화 되면서 예전의 경쾌했던 ´테크니션 대결´들이 줄고 있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체급분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1판 ´라이트헤비급´ 필요하다!
눈과 귀가 막혀있지 않은 K-1 역시 체급분류의 필요성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
K-1 주최사 FEG의 타니가와 사다하루 대표 또한 가끔씩 공개 석상을 통해 "체급을 좀 더 세분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뜻을 피력하곤 했다. 체급 한계선을 정해 펼쳐지는 헤비급 타이틀전 등이 그나마 이러한 의중이 반영된 형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체급 세분화에 대한 기대만큼의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야심차게 준비했던 서울대회가 예상과 달리 저조한 흥행실적표를 받아드는 등 산적한 당면과제들이 주최 측 사고의 폭과 시선을 더 좁게 만들고 있다.
물론 프로복싱 등과는 규모 자체가 달라 당장 K-1의 체급을 세분화할 필요는 없다. 그만한 선수층도 아닌 데다 전 세계적인 인지도도 약하다.
그러나 100kg 이하급 이른바 K-1판 ´라이트헤비급´은 당장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뛰어난 기량과 상품성을 지녔음에도 불구, 신체조건에서 밀려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생각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선수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맥스에서 뛰기에는 무겁고 헤비급에서 활약하기에는 어중간해 공중에 붕 떠있는 테크니션들이 많다.
당장 12월 파이널만 놓고 봐도 이 같은 문제는 확연히 드러난다. 파이널에 진출하는 선수 가운데 교타로(24·일본)-타이론 스퐁(25·수리남)-구칸 사키(26·터키) 등은 헤비급에 어울리지 않는다. 워낙 기량이 뛰어나 16강을 넘어 8강까지 진출했지만, 우승을 노리기에는 경쟁자들과의 체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180cm 초중반의 신장에 100kg이 넘지 않는 체중의 이들은 8강전에서 하나같이 체격조건의 차이가 현저한 상대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다니엘 기타(194cm·110kg)와 겨루게 될 사키는 그나마 양호하다. 스퐁은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근육질의 거한 알리스타 오브레임(195cm·115kg)과 겨뤄야하고, 교타로는 대회 최장신 세미 슐트(212cm·126kg)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상대가 너무 형편없는 수준이 아닌 이상 이 정도 체격차라면 승리를 따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파워 차이를 극복하고자 억지로 체중도 늘려보고 다양한 전략전술을 준비한다고 해도 리치 차이-힘-내구력 등 여러 부분에서 넘기 힘든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그나마 힘겹게 승리한다 해도 체력적 손실이 막대하다.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그 자체가 큰 데미지다. 종합무대로 따진다면 라이트 헤비급 선수들과 헤비급 혹은 슈퍼헤비급 상위랭커들이 뒤엉켜 싸우는 형국이다.
비록 이번 파이널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라이트헤비급이 신설된다면, 수준급 선수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리드 디 파우스트(35·독일)-루슬란 카라에프(27·러시아)-자밋 사메도프(26·벨로루시)-멜빈 마누프(34·네덜란드) 등은 당장 맞는 체급만 있다면 지금보다 나은 활약이 확실시되는 선수들이다.
한국 등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동양선수들에게도 좋은 발판이 될 수 있고, 의외의 기대주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스타 하나가 아쉬운 K-1에서 더 이상 유망주들이 낡은 틀에 갇혀 뻗어나가지 못하고 소멸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기에 놓인 K-1에게 ‘솔로몬의 지혜’가 요구된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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