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멍게 종묘 사육 연구하는 동해수산연구소 이주 박사
"사진속 실타래같은 물체 생물 촉수 아닌 외부서 붙은 것"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지목된 ‘1번’ 글씨가 새겨진 어뢰추진체에 붙어 있는 붉은색 물체에 대해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붉은 멍게와는 형태가 다르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우렁쉥이과에 속하는 붉은멍게는 주로 러시아, 캐나다, 미국 베링해, 일본 북해도, 한국 동해 등지서 수심 20~100m에 서식하고 있으며, 부착기질은 암반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 멍게’의 양식기술을 개발한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동해수산연구소의 이주 박사는 24일 <데일리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붉은 멍게와는 형태가 다르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매년 11~12월에 (붉은 멍게의) 씨를 받아서 종묘생산을 한다. 수정란일 때부터 붉은 멍게를 지켜봐왔고, 지금도 2주에 한 번씩 바다에 나가 (붉은 멍게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사진에 있는 물체는 내가 종묘 생산하는 붉은 멍게와는 색깔과 모양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직접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5월 달이나 11월 달에도 붉은 멍게가 저런 형태를 띠진 않는다”면서 “실타래 같은 게 위에 올라와 감싸고 있어 멍게 새끼처럼 보이긴 하지만, 일반 우렁쉥이 멍게나 붉은 멍게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11월~12월에 수정하고 나서 다음해 5월경엔 붉은 멍게의 크기는 0.3~0.5cm 정도고, 1년 정도가 되면 3~5cm 정도로 자라 완전한 붉은 멍게의 형태를 갖춘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또 붉은색 물체 위에 있는 실타래 모양의 물체에 대해선 “촉수 같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생물 자체 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붙은 것”이라면서 “5월이든, 11월이든 붉은 멍게에서 저런 형태가 나오긴 힘들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살아 있다면 한번 봤으면 싶다”면서 “(붉은 멍게의) 기형도 있을 순 있지만, 정상적인 형태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붉은 멍게의 어린 성체가 금속 물질에 부착할 가능성에 대해선 “기질만 된다면 부착할 순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지난해 전쟁기념관에 전시돼 있던 어뢰 추진체를 촬영한 사진과 함께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한 ‘1번’ 어뢰 추진체 내부에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로 추정되는 생물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는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의 주장을 인용, “동해에만 살고 있는 붉은 멍게가 어뢰추진체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이 어뢰추진체가 천안함 침몰 원인과 무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전했다.
‘가을밤’이라는 이름의 블로거가 촬영한 사진엔 어뢰 추진체에 지름 0.3mm 가량의 붉은 색의 물체가 찍혀 있다. 이 사진을 찍은 블로거 박모씨는 이 언론과 통화에서 “지난해 전쟁기념관에 전시돼 있던 어뢰추진체를 두 차례 촬영했는데, 두 번째 촬영을 갔던 11월 7일에 이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또 이 사진을 분석한 붉은 멍게 양식업자는 “이 생물체는 동해안에서만 서식하는 붉은 멍게로, 유생상태로 헤엄쳐 다니다가 갓 고착된 상태로 보인다. 크기와 상태로 보아서 (붉은 멍게의 산란기인) 11월경에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사진에 가느다란 실처럼 나타난 것은 붉은 멍게가 플랑크톤 등 먹이를 섭취하기 위한 섭이활동을 하기 위한 기관으로, 이런 것은 붉은 멍게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어뢰추진체가 인양된 것은 지난해 5월”이라고 강조한 오마이뉴스는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국내 수산대학의 한 교수가 “사진에 찍힌 것은 어린 붉은 멍게가 확실하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군 당국은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성분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 해상의 해저에서 건져 올린 어뢰추진체의 뒤쪽 스크루 모서리에는 지름 0.8㎜의 붉은색 생물체와 유사한 물체가 달라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름 0.8㎜의 물체가 스크루에 붙어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 “돋보기로 봐야 식별되는 이 물체는 섬유질이 뭉쳐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체가 있는 스크루 부분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으며 물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현재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작년 11월에는 어뢰추진체의 2번째 프로펠러 내부에 붙은 조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으며, 국방부는 "어뢰 스크루 구멍에 끼워져 있는 이물질은 부서진 조개껍데기(2.5cm×2.5cm)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데일리안 = 김현 기자]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