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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안철수도 되는데 문재인 안되는건


입력 2012.02.04 10:31 수정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방송마다 정치 소재 개그 프로그램 난무 앞다퉈 '금기' '성역' 깨기

MB 박근혜 안철수 홍준표 김정은에 김어준 정봉주 배역까지 등장

“이 주방의 실세, 박 비대위원장입니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제 수첩을 보면...”

방송사 MBN의 프로그램 <개그공화국>의 코너 <쉐프를 꿈꾸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맡은 코미디언 김미진의 대사다. 그는 박 비대위원장의 성대모사와 함께 박 비대위원장이 수첩을 들고 다니며 중요한 사안을 메모해놓는 행위까지 모사해 방청객 및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이 코너에 등장하는 이는 박 비대위원장뿐만이 아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등장한다. 각 인물을 맡은 코미디언들은 겉모습부터 목소리, 행동까지 완벽하게 그 인물이 된 듯 행동한다. 여기에 촌철살인 격 대사나 상황이 더해진다.

이 코너에서 홍 전 대표는 짙은 눈썹 문신에 “아~앵그리~앵그리~조리반장(대표)이라 좋았는데 평식당원(대표사퇴)이 됐어요”라면서 신세를 한탄하고, 안 원장은 특유의 나긋한 말투로 “많은 고민을 했는데요~”라고 한다.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패널 중 한 명인 김 총수는 자유롭게 흩어진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쫄지 마!”라고 외치고, 이 대통령은 김 총수가 등장하면 얼굴을 찌푸리며 “왠지 보기가 싫다”고 손사래를 친다. 이른바 정치인과 정치 상황에 대한 ‘정치풍자’다.

MBC TV 개그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나는 하수다' 코너.

개그프로그램 전반에 ‘정치풍자’ 모드…주목 받는 정치인에 대한 기대와 우려 담겨

KBS의 간판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도 SBS 프로그램인 <개그투나잇>에서도 ‘정치풍자’ 코드가 숨어있다. MBC <웃고 또 웃고>도 마찬가지다.

<개그콘서트>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코너에서 긴급한 사안이 일어났을 시 명확한 지시체계가 없고 무조건 ‘안되는’ 이유만을 늘어놓으며 위계질서만이 살아있는 현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아울러 막바지에는 코미디언 김준호가 대통령으로 분해 등장, 권위만 있을 뿐 사건은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인다. <슈퍼스타KBS>에서는 이 대통령의 성대모사가 등장한다.

애초부터 ‘공감’과 ‘사회성’을 중심으로 기획된 <개그투나잇>은 아예 <투나잇 브리핑>이라는 코너가 있다. 코미디언 강성범·박준형이 이끄는 이 코너의 지난달 14일 방송에서는 정치권의 ‘돈 봉투 사건’에 대해 풍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안 원장은 주사기를 꺼내들었고, 이 대통령은 물 한 컵을 단숨에 들이마시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무표정으로 특유의 박수를 쳐댄다. 박준형은 각각 “저런 분들 백신 맞아야겠다고요”, “속타신다고요” 등으로 해석을 달아준다. 마무리 발언으로 강성범은 “이웃 보기에도 민망하고 씁쓸합니다”라고 촌평하며 방청객들로부터 ‘속 시원한’ 박수를 받는다.

<웃고 또 웃고>는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패러디한 <나는 하수다>라는 코너에서 김어준·정봉주 등 나꼼수 멤버들을 모사함과 동시에 박 비대위원장과 안 원장을 등장시켰다. 박 비대위원장과 형광등 100개를 화면에 함께 배치하거나 박 비대위원장이 SBS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 출연했을 당시 불렀던 거북이의 <빙고>를 패러디해 “재미없어 빙고!”를 외치기도 한다. 비대위를 맡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비데(비대) 위로 물이 나와야 하는데 비데 아래로 나오고 있습니다”라는 개그도 구사하고, 안 원장은 그 와중에 “고민이란 말은 고민할 때 씁니다. 제 어법입니다”라고 해 큰 웃음을 안긴다.

이 같이 현재 방영되는 개그프로그램 전반에 퍼진 ‘정치풍자’ 현상은 현재 살아 숨 쉬고 있는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공과를 논하는 동시에 ‘미래권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여 있다. 그 현실이 ‘웃음’이라는 수단으로 승화돼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치인 풍자 대열에 합류할까

예전에는 풍자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해 정치인들은 불쾌감을 더 크게 느꼈다. 그러나 현재에는 ‘인기의 반증’이라는 해석이 더 크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유명 인물이 아니라면 방청객이나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고 웃음 또한 자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지금은 풍자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는 인지도가 그만큼 떨어지거나 특징이 없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특히 올해의 정치인 풍자는 12월에 있을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대권주자들에 대한 풍자가 많다. 일단 박 비대위원장과 안 원장이 그 중심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재차 도전장을 내민 이가 등장했는데 그는 ‘노무현의 그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다.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원장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안 원장 등장 직후, 그의 인지도와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하지만 또다시 상황이 반전됐다. 문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반등한 것이다. 유력한 여권의 대선주자인 박 비대위원장이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자리에 문 상임고문이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두 인사가 ‘라이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문 상임고문이 방송에서 보인 소탈한 모습과 여기에 안 원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에 대한 장기간의 망설임이 그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한몫을 했다. 상대적으로 안 원장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문 상임고문은 현재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 사상구에 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그리고 ‘대선 레이스’를 위한 물밑작업 또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상임고문은 아직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공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인 ‘정치인 풍자’ 대열에는 합류하지 못한 상태다. 과연 문 상임고문은 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될까.[데일리안 = 조소영 기자]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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