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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할아버지, 친일 여부 논란 갈수록 확산


입력 2012.10.13 14:27 수정         김현 기자

안 후보 부친 "일본강점기 금융조합서 일한 할아버지가 작명"

네티즌들 할아버지 친일행적 여부 둘러싼 의혹 제기 모락모락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조부인 고(故) 안호인 씨의 친일 행적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 후보의 할아버지인 안호인 씨는 1906년 경남 양산 태생으로, 일제시대 명문인 부산상고를 나왔다. 안 후보는 자신의 조부를 자신의 ‘수호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 조부의 친일 논란은 안 후보의 부친인 안영모 씨가 지난 해 9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라는 이름은 저희 부친(안 후보 조부)이 지으셨어요. 아버지는 일본강점기에 금융조합에서 일을 하셨어요. 그 시대에도 교육을 많이 받으신 편이라 부산상업학교를 졸업하셨는데, 그때는 일본인이 지점장을 하던 시절이라 해방된 후에야 농협 지점장을 지내셨죠”라고 밝힌 게 발단이 됐다.

금융조합은 일제 식민지 시대 수탈기구로 알려져 있다. 1992년 12월 발행된 한국독립운동사연구 제6집에 수록된 ‘일제하 조선금융조합의 설립과 성격’엔 “식민지 수탈을 위한 금융기관 개편은 1906년 3월 농공은행의 설립으로 본격화했다. 일제는 한국을 그들의 실량공급지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농공은행을 설립해 농촌경제를 장악하고자 했으나 농공은행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되자 농공은행의 보조기관으로 조선금융조합을 설립하고자 했다”고 기술돼 있다.

또 이 글엔 “지방금융조합은 대부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조합원을 그들의 자산상태와 신용상태 등을 고려해 채무상환 능력을 판단해 선별가입시킴으로써 일반농민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농천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공급’을 목적으로 한다는 미명하에 조합원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는데 지나지 않았고, 그 외 농사개량, 부업장려 등의 부대업무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돼 있다.

이 글은 “금융조합은 1910년 일제가 한국을 강점한 이후 여러차례에 걸친 조합령 개정으로 정책적으로 변화돼 가는데, 가장 큰 특징은 1918년 조합령 개정으로 예금업무를 취급했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지방금융조합이 종래의 부대업무를 대폭 축소하고 예금업무와 대부업무를 중점으로 취급함으로써 자체적인 농촌수탈 기구로 변화돼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매일경제신문과 MBN 주최로 열린 제13회 세계지식포럼에서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친이 해방 전 5년간 금융조합에서 서기로 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일 행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 후보의 부친이 근무한 시기가 태평양전쟁 기간과 겹친다는 점을 들어 전쟁물자 공출 창구역할을 한 금융조합 서기였던 정 후보 부친이 친일 행위를 한 게 아니냐고 강하게 추궁한 바 있다. 정 후보측은 “생계를 위해 금융조합의 말단 서기로 일했다. ‘친일’을 했다면 해방 후 동네에서 쫓겨났을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네티즌들, "일제시대 금융조합 지점장 노릴 정도의 고위 간부 아니냐" 의혹제기

안 후보 부친의 인터뷰 이후 인터넷 상에선 안 후보 할아버지의 친일 행적 여부를 둘러싼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일제의 금융조합은 조선인(농민)을 착취하고 수탈한 일제의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조합 직원들은 조선 농민들을 착취해 곡물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등 ‘동포의 고혈을 빨아먹던 악질 중의 악질 친일파’로 알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특히 “안 후보의 조부는 금융조합의 고위 간부를 역임한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전제한 뒤 “안 후보 부친의 인터뷰를 보면 안 후보 조부가 해방직후 농협 지점장을 했는데, 일제 시절에는 ‘조선인’이라 금융조합 지점장을 아쉽게도 못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면서 “안 후보 조부가 금융조합 지점장을 넘볼 정도로 고위 간부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안 후보 조부의 친일 여부 논란에 대해 보도한 기사들을 소개하며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바람천사’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금융조합에 대한 자료를 소개하며 “일제시대 금융조합엔 당시 최고위직에 있던 조선총독이 임명한 관선이사가 파견됐다”면서 “안 후보 조부가 친일파라고 (단정)하진 않겠지만, 안 후보가 이런 의혹에 대해 꼭 해명하고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티즌 ‘다정불심’은 “각종 사전을 참고하면, 일제강점기의 금융조합은 일제의 수탈정책을 최전방위에서 담당하는 기관이라고 기록돼 있다. 특히 일제말기의 금융조합 때문에 전 농민의 80%가 소작농으로 전락했으며, 한반도 산출미의 60% 이상을 수탈했던 가혹한 착취기관이었고, 농어민을 수탈해 전쟁물자로 공출하는 역할도 했다”며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안 후보 조부가 친일파 명단에 등록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부친인 박정희를 만주군 중위로 1년 복무했다고 친일파 명단에 넣었는데, 안 후보 조부가 친일파 명단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안 후보 조부가 금융조합에서 일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을 했다고 규정해선 안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민족문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과 통화에서 “일제시대 금융조합에서 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일파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 조부의 친일 여부 논란과 관련해 안 후보 캠프의 금태섭 상황실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안 후보 할아버지께서 일본강점기 금융조합에서 일했는지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안 후보 할아버지께선 경남 사천 쪽의 ‘조선미창’에서 퇴직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조부가 마지막으로 퇴직한 ‘조선미창’은 대한통운의 전신인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로, 조선미창 역시 일본 강점기 때 쌀 수탈과 군수물자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 알려졌다.

김현 기자 (hyun1027@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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