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통진당, 김종훈 정체성 시비 '십자포화'
타후보자들 제쳐두고 김종훈 후보자 이중국적 문제 집중 공세
통합진보당이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내정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전 사장의 국가 정체성을 놓고 연일 십자포화를 쏘고 있다. 김 후보자가 현재까지 살아온 행적이 친미(親美)적 성향이 강해 공직을 맡을 경우, 우리나라 국익에 반하는 일을 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다.
김 후보자는 지난 18일 내정되자마자 이중국적 논란이 일었고, 이후 CIA(미국 중앙정보국)가 설립한 벤처 투자회사인 ‘인큐텔’ 이사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문제가 됐다. 인큐텔이 미국 안보 분야 유력 인사들과 보안 문제를 다루는 것은 물론, 실리콘밸리 등에서 안보와 연관된 새 기술이 개발되면 이에 투자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즉, 김 후보자는 미국인으로 인정받아 ‘핵심 정책’을 다룬 셈이다.
이어 김 후보자의 엇갈린 발언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중국적 논란이 인 뒤 김 후보자는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했지만, 지난 2011년 미 해군이 발행하는 잡지에 그는 “미 해군 복무를 통해 나는 ‘진짜 미국인’이 됐다”는 글을 기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김 후보자는 한미 간 국익 충돌이 났을 경우,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해 논란을 키웠다.
이중 김 후보자와 CIA의 연관성은 이석기 통진당 의원이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국익을 위해 일해야 할 장관이 미국CIA와 깊숙이 연관된 인물로 임명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나라의 ‘미래 창조’를 CIA를 위해 일한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가”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후에도 통진당은 타 후보자들보다 김 후보자의 의혹을 추궁하고 비판하는데 관심을 쏟았다. 민병렬 통진당 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미국 국적을 갖고 40여년 한국을 떠나 사업하던 이가 국가과제를 이끌 막중한 부처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느냐”면서 “우리나라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라고 몰아붙였다. 이때 CIA 문제도 다시 언급됐다.
그는 이어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국가관 잣대는 어디로 갔는가”라며 “김 후보자의 이력이 그의 국가관이 어떤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애국심을 기대하는가”라고도 했다. 민 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도 “이중국적도 논란거리지만 정체성이 더 큰 문제”라면서 “김 후보자에게 ‘조국’은 손바닥 뒤집듯이 바뀔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통진당 진보정책연구원도 이날 정책논평을 내고 “미국인으로서 오랫동안 미국 기업과 미국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오던 사람이 한국 경제 핵심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핵심 장관을 외국인으로 임명하는 박 당선인의 신자유주의적인 사고방식이 걱정되며, 한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통진당의 이 같은 문제제기는 야당으로서 차기 장관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면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통진당에게 씌워진 종북(從北) 이미지를 김 후보자를 통한 반미(反美)로 되받아 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자와 CIA의 연관성 문제를 제기했던 이 의원은 지난해 “미국 등에는 국가(國歌)가 있지만 우리에게는 국가가 없다”거나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더 위험하다”, “6.15정신은 북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인데 이런 말을 하면 ‘종북 몸통’이라고 한다”는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최근 김재연 통진당 원내대변인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막겠다며 최루탄을 던진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은 김선동 통진당 의원에 대한 국회 브리핑에서 “나라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을 한미FTA”, “김 의원을 지키고 한미FTA를 폐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미국을 향해 다소 강한 어조로 목소리를 높였었다.
네티즌 또한 통진당에서 김 후보자를 향해 지적한 문제에 대해 동조하는 한편, 통진당을 비꼬는 목소리도 있는 등 태도가 엇갈리고 있다.
전자의 입장에 선 네티즌들은 “정보빨대가 될 김종훈”(his**), “박근혜 당선자, 이런 사람은 정말 장관 후보자로 아닙니다. 그렇게 사람이 없나요?”(jab***)라는 글들을 올리고 있고, 후자에 선 네티즌들은 “이상규(통진당 의원), 김종훈 미국 경력을 트집 잡고 있네요. 태극기도 애국가도 인정 안하면서…”(lucky*****), “김종훈 지명자 같은 사람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겠다고 하면 환영해야 마땅하지 않나”(bluedragon****)고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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