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979 소년범과 약촌오거리의 진실, 어떻게 될까?


입력 2013.06.16 15:24 수정 2013.06.16 15:55        스팟뉴스팀

익산경찰서의 처신, 잃어버린 청춘-전과자 낙인-1억4000만원 빚더미

15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979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 한 장면.ⓒSBS홈페이지 캡처

어떤 경찰에게는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사고들이 일반 직장인의 책상에 쌓인 서류더미처럼 ‘빨리 처리해서 넘겨야 할 업무’로 여겨질 수 있다.

그리고 업무에 통달한 직장인들이 일을 쉽게 처리하는 스킬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듯이 어떤 경찰들에게는 ‘자백’이 사건을 쉽게 처리하는 스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도 그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할 테니.

지난 15일 밤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979 소년범과 약촌 오거리의 진실’를 통해 전해진 익산경찰서와 979 소년범의 사연이 온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됐던 핵심 단어가 바로 ‘자백’이다.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발생한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목격자’였던 당시 15살 최 군은 ‘자백’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신분이 ‘살해범’으로 바뀌었다. 그의 자백 외에는 어떤 물적 증거도 없었다.

재판 과정에서 최 군은 경찰의 협박과 폭력 때문에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10년형을 받고 수감됐다.

사건을 담당한 익산경찰서로서는 이것으로 사건을 덮는 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다른 용의자나 증거를 찾지 못했으니.

하지만, 3년 뒤인 2003년 군산경찰서에서 진범으로 김 모 씨를 검거했다는 발표가 전해졌다. 익산경찰서 입장에서는 3년 전에 마무리 지은 업무를 다시 꺼내 검토해야 하고, 여차하면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하거나 잘못된 일처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사건의 증거를 찾기란 쉽지 않았고, 수사가 점점 길어지면서 관심은 사그라졌다. 김씨의 “자신의 진술은 허위였다”는 한 마디에 검찰이 소리 소문 없이 사건을 종결시켰다는 게 ‘그것이 알고싶다’의 방송 내용이다.

물론 방송 취재팀이 사건의 진위를 판가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방송 내용도 최 군이 무죄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심정적으로 최 군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을 가능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만일 최 군이 무죄였더라도 그걸 입증해주기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음이 방송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방송 이후부터 계속해서 익산경찰서에 쏟아지는 비난도 ‘경찰이 사건을 쉽게 종결시키고자 자백(강요가 있었는지는 입증할 수 없지만)에만 의존했고, 이후 새로운 가능성(다른 용의자 검거)이 나타났음에도 불구,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사건의 진위야 어찌 됐건 최 군은 979 소년범으로 10년을 복역하고 나왔다. 인생의 황금기인 10대와 20대를 감옥에서 썩은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생활도 문제다.

살인 사건으로 장기 복역하고 나온 전과자가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굳이 경험이 없어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10년을 복역하고 나온 최 군에게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1억4000만원의 구상권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피해자인 택시기사 유가족에게 지급된 4000만원에 1억여원의 이자를 붙여 구상권을 행사한 것이다.

일반 직장인에게도 1억4000만원은 한 두해 만에 모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전과자라는 낙인까지 찍힌 최 군에게는 더더욱 큰 액수다.

최 군과 그의 가족은 재심청구를 준비 중이지만, ‘신규성’과 ‘명백성’을 기준으로 삼는 우리나라에선,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사건·사고들 중 하나를 쉽게 처리한 사례에 불과하겠지만, 그 결과는 너무 참혹하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스팟뉴스팀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