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웃지마!" 보훈처장 "으흐흐"
<법사위>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답변 태도 논란40여분간 파행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답변 태도 논란으로 40여분 간 파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보훈처 소관 법률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출석한 박 처장은 이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웃음을 터트리는 등 박 의원과 여러 번 각을 세웠다.
박 의원은 이날 박 처장을 향해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때 “소신이 없다면 관두라”면서 “민주당에서 (박 처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는데 국무위원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처장이 해임 건의 대상이 아니니 알아서 관두라는 압박을 넣은 것이다.
문제는 직후 일어났다. 박 처장이 해임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 긍정한 뒤 박 의원이 “그래서 방법이 없다”고 하자 박 처장이 급작스럽게 “으흐흐”하며 웃음을 터트린 것이다. 박 의원이 격분해 곧바로 “웃지 말라”고 소리쳤으나 박 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보였다.
잔뜩 화가 난 박 의원은 잠시 숨을 고른 뒤 “국회의원이 질문하는데 허허허(하고 웃는 게) 바른 태도인가”라고 물었다. 그제야 박 처장은 웃음을 멈췄다. 이후 그는 “보훈처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등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을 위해 업무하는 곳”이라고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된 답변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박 의원이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5.18기념식) 당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었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고 하자 박 처장은 “국민통합 차원”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도 (제창을 못하게 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박 처장은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단체인 보훈단체 의견을 존중한다. 보훈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반대한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이 다시 “5.18 관련 단체는 보훈단체가 아닌가”라고 했지만, 박 처장은 또다시 “5.18 단체는 찬성하지만, 이외의 모든 보훈단체가 반대한다”고 받아쳤다.
결국 박 의원의 목소리가 또 높아졌다. 박 의원이 “어느 한 단체가 6.25(행사)에 대해 반대한다면 그것도 안할 것인가”라고 한 뒤 박 처장이 “존경하는 박 의원님”이라고 하자 박 의원이 “존경하지 않아도 되니까 비웃지 말라”고 쏘아붙인 것.
이번에는 박 처장 또한 기분이 상한 듯 “보훈처장은 국가유공자를 대표해 업무하는 자리인데 5.18기념식 문제로 보훈처장을 사퇴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이 “잘못하면 사퇴해야 한다”고 하자 박 처장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도 맞받았다.
박 처장은 이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단체에서 민중 우려용으로 사용하는 노래를 정부기관에서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 모든 참석자가 의무적으로 제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이후 박 의원은 5.18기념식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묵념 등 모든 것을 다한다고 언급하면서 “간첩이 한국말을 쓰면 한국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건가”라고 쏘아붙였고, 박 처장은 “그것하고는 다르다. 그걸 그렇게 비유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사태가 과열되자 이미 중간에 한 차례 껴들어 박 처장을 지적하며 다툼을 말렸던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다시 나섰다.
그는 박 처장을 향해 “보훈처장이 주장하는 (적절하지 않은) 단체가 3.1절 기념곡을 부르면 그것도 못 부르게 할 것인가”라며 “말도 안되는 일로 자꾸 국회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보훈처와 관련된 심의를 그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박 처장은 “나는 사실을 말했을 따름”이라며 맞섰다. 이후에도 언쟁이 오가자 박 위원장은 결국 “이제 그만 좀 하라”면서 정회를 선포했다.
한편, 회의가 속개되자마자 박 처장은 박 의원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뒤이어 박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태도 논란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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