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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웃지마!" 보훈처장 "으흐흐"


입력 2013.06.20 18:17 수정 2013.06.21 10:40        조소영 기자

<법사위>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답변 태도 논란40여분간 파행

20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웃음을 터트리며 답변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뉴스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답변 태도 논란으로 40여분 간 파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보훈처 소관 법률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출석한 박 처장은 이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웃음을 터트리는 등 박 의원과 여러 번 각을 세웠다.

박 의원은 이날 박 처장을 향해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이때 “소신이 없다면 관두라”면서 “민주당에서 (박 처장에 대한) 해임을 건의하는데 국무위원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 처장이 해임 건의 대상이 아니니 알아서 관두라는 압박을 넣은 것이다.

문제는 직후 일어났다. 박 처장이 해임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 긍정한 뒤 박 의원이 “그래서 방법이 없다”고 하자 박 처장이 급작스럽게 “으흐흐”하며 웃음을 터트린 것이다. 박 의원이 격분해 곧바로 “웃지 말라”고 소리쳤으나 박 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보였다.

잔뜩 화가 난 박 의원은 잠시 숨을 고른 뒤 “국회의원이 질문하는데 허허허(하고 웃는 게) 바른 태도인가”라고 물었다. 그제야 박 처장은 웃음을 멈췄다. 이후 그는 “보훈처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등 국가유공자와 그 유가족을 위해 업무하는 곳”이라고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된 답변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박 의원이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5.18기념식) 당시 일어나 태극기를 흔들었고,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함께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고 하자 박 처장은 “국민통합 차원”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이 또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도 (제창을 못하게 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느냐”고 했지만, 박 처장은 “보훈처는 국가유공자 단체인 보훈단체 의견을 존중한다. 보훈단체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반대한다”고 맞받았다.

박 의원이 다시 “5.18 관련 단체는 보훈단체가 아닌가”라고 했지만, 박 처장은 또다시 “5.18 단체는 찬성하지만, 이외의 모든 보훈단체가 반대한다”고 받아쳤다.

결국 박 의원의 목소리가 또 높아졌다. 박 의원이 “어느 한 단체가 6.25(행사)에 대해 반대한다면 그것도 안할 것인가”라고 한 뒤 박 처장이 “존경하는 박 의원님”이라고 하자 박 의원이 “존경하지 않아도 되니까 비웃지 말라”고 쏘아붙인 것.

이번에는 박 처장 또한 기분이 상한 듯 “보훈처장은 국가유공자를 대표해 업무하는 자리인데 5.18기념식 문제로 보훈처장을 사퇴하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이 “잘못하면 사퇴해야 한다”고 하자 박 처장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고도 맞받았다.

박 처장은 이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지 않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단체에서 민중 우려용으로 사용하는 노래를 정부기관에서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 모든 참석자가 의무적으로 제창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이후 박 의원은 5.18기념식에서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묵념 등 모든 것을 다한다고 언급하면서 “간첩이 한국말을 쓰면 한국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건가”라고 쏘아붙였고, 박 처장은 “그것하고는 다르다. 그걸 그렇게 비유하느냐”고 핀잔을 줬다.

사태가 과열되자 이미 중간에 한 차례 껴들어 박 처장을 지적하며 다툼을 말렸던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다시 나섰다.

그는 박 처장을 향해 “보훈처장이 주장하는 (적절하지 않은) 단체가 3.1절 기념곡을 부르면 그것도 못 부르게 할 것인가”라며 “말도 안되는 일로 자꾸 국회에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라. 자꾸 그런 식으로 하면 보훈처와 관련된 심의를 그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박 처장은 “나는 사실을 말했을 따름”이라며 맞섰다. 이후에도 언쟁이 오가자 박 위원장은 결국 “이제 그만 좀 하라”면서 정회를 선포했다.

한편, 회의가 속개되자마자 박 처장은 박 의원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뒤이어 박 의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태도 논란은 마무리됐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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