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상 문제 남았지만 논란 최소화할 유일한 방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논란을 놓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상기 의원을 비롯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지난 20일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한 뒤 “이는 검찰이 두 번에 걸쳐 내린 결론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NLL 발언’ 진실공방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발췌본에 인용된 내용의 진위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조건은 다르지만 여야 모두 대화록 원본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NLL 발언’에 대한 국정조사를,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후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각각 촉구하고 있다. 누구의 입장을 따르든 대화록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
다만 절차상의 문제는 남아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열람과 사본 제작이 금지되며, 최대 15년까지 자료제출 거부가 가능하다. 또 이 기간 중 열람이나 자료제출을 위해선 국회의원 재적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으로, 공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기록물과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담고 있어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대통령기록물 등이 이 같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에 속한다.
이번에 여당 정보위원들이 열람한 국정원 발췌본의 경우, 검찰이 이 발췌본은 근거로 ‘NLL 발언’을 폭로한 정문헌 새누리당 등을 무혐의 처분한 점으로 미루어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지만,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 원본도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남북 정상회담 당시 작성된 두 부의 대화록 중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면 기관장인 국정원장의 승인만으로도 열람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똑같은 내용의 기록물이 하나는 대통령 지정 기록물로, 하나는 공공기록물로 분류되는 어폐가 발생한다.
결국 여야 합의를 통해 대화록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치적 목적의 대통령기록물 공개가 국격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정치상황에 따라 정상회담 내용이 공개된다면 향후 있을 정상 간 만남에서 상대국 정상은 자신의 발언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신뢰가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이 공개될 수 있다는 부담감으로 국정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민감한 내용을 은폐하는 관행이 생길 수도 있다.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인다는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논란이 됐을 때, 야권에선 한일 정상회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포기 발언’과 2002년 방북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대화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번에 이 같은 요구가 또 나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에 여야의 명운이 달린 만큼, 이번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대화록 원본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한편, 여야는 현재까지 국정원 국정조사와 ‘NLL 대화록’ 공개에 대해 어떤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대치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여야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실제로 ‘NLL 대화록’이 공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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