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vs근신' 국방부 '연예인' 두고 고민
연예병사 징계 수위 관심 집중
또 특수성과 관례 적용되나
'육군 교도소 실형 VS 근신 등 솜방망이 처벌'
과연 이번엔 연예병사들에 대한 상식적인 수준의 처벌이 가능할까.
연예병사의 군 복무 관리 부실 논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예병사의 포상휴가와 외출 외박 일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반복됐다. 몇 년 주기로 국회의원들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달라진 부분은 거의 없었다. 연예병사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국방부의 설명만 이어졌을 뿐이다.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별 다른 국방부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반해 지난 1월에 불거진 가수 비(정지훈)와 김태희의 열애설은 폭발의 급이 달랐다. ‘일반 병사’들이 군 복무 중에 연인과 헤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무신 거꾸로 신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반해 ‘연예병사’ 비는 군 복무 중에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스타 김태희와 열애를 시작했다. 그만큼 ‘연예병사’ 비의 군 생활은 ‘일반 병사’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 속에는 ‘특혜성 외출’ 등 다양한 문제점이 숨겨져 있었다. 결국 비의 징계위원회 회부로 이어졌지만 징계 수위는 가장 낮은 단계인 ‘근신’이 나왔다.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팽배했지만 국방부는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내놓고 복무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국방부가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만든 지 6개월여가 흘렀지만 전혀 특별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25일 방송된 SBS '현장21'을 통해 전파를 탔다.
강원도 춘천시 수변공원에서 진행된 ‘6·25전쟁 춘천지구전투 전승행사’가 끝난 뒤 일반 병사들은 버스를 타고 부대로 복귀했다. 당연한 군인의 행동이다. 반면 연예병사들은 부대로 복귀하거나 인근 군 시설을 숙소로 활용하는 대신 춘천 인근의 한 모텔로 숙소를 정했다. 지휘관의 통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연예 병사들은 숙소를 마음대로 드나들었으며 휴대전화도 자유롭게 사용했다. 술을 마신 것 정도는 기본, 상추(본명 이상철)와 세븐(본명 최동욱)는 인근 안마시술소를 찾은 모습까지 취재진에게 적발됐다.
우선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연예병사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 장관은 “연예병사 사건은 지난 1월 국방부가 마련한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을 분명히 위반한 행동”이라며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군의 연예병사 관리에 대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진행 중인 감사 결과를 토대로 더 완벽한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예병사 제도 폐지 여부를 묻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필요에 의해 생긴 제도다. 연예병사 일부에 해당되는 것인지 전반적인 분위기인지를 재평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발언은 아직 연예병사 제도 자체에 대한 폐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대적인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이번에 문제가 된 연예병사들과 관리에 책임을 지고 있는 지휘관 등에 대한 처벌 수위다. 이번에도 근신 정도의 가벼운 처벌로 징계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만 만드는 데 그친다면 비슷한 상황이 다시 몇 달 뒤 반복될 위험성이 커진다.
현재 인터넷에선 이번에 적발된 연예병사들의 처벌 수위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국방부가 어느 선까지는 연예병사의 특수성을 감안한 관례로 받아들여서 징계 수위를 정할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반 병사 기준대로라면 징계 수위는 상당히 높아진다.
우선 군 형법 제 79조 무단이탈 행위를 적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군인사법 제47조(직무수행의 의무), 제56조(징계 사유) 등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안마시술소를 출입한 것으로 알려진 상추와 세븐 외에도 비와 KCM 등 연예사병 12명이 춘천 소재의 한 닭갈비집에서의 술자리에 동석했다. 사복차림으로 음주를 했으며 술자리가 저녁 9시 반 무렵에 시작돼 취침시간인 10시를 훌쩍 넘길 때까지 이어졌다. 따라서 술자리를 가진 뒤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에 ‘무릎 치료 등을 이유로’(국방홍보지원대 측의 설명) 안마시술소를 출입한 세븐과 상추 뿐 아니라 비와 KCM 등 닭갈비집 술자리에 동석한 12명의 연예병사도 모두 군복무규정을 어긴 만큼 징계 대상이 된다.
사실 어느 정도의 특수성과 관례는 인정해야 한다. 연예병사들이 지방 공연에 출연할 경우 대부분 저녁 식사 시간을 놓쳐 밤늦게 식사를 하게 된다. 밤낮은 식사에서 행사 주최 측이 술을 몇 잔 권하기도 한다. 특수성과 관례가 인정을 받으면 대부분의 연예병사는 징계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숙소를 모텔로 정하고 이런 관례를 용인하는 등 관리를 부실하게 한 지휘관 등이 징계를 받을 수 있으며, 연예병사 특별관리지침이 훨씬 강화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원칙대로 군 형법과 군인사법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연예병사는 모두 징계 대상이 된다. 안마시술소를 간 것으로 알려진 상추와 세븐은 이와는 별개로 ‘새벽 3시에 돌연 무릎을 치료하거 간’ 부분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몇몇은 영창 수준을 뛰어 넘어 육군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게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반면 가장 낮은 수준의 처벌은 상추와 세븐 정도만 근신 처벌을 받고 다른 연예병사들은 징계를 받지 않는 선이다. 현재 여론을 감안하면 전혀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징계수위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징계 수위이기도 하다. 국방홍보지원대의 설명처럼 새벽 3시의 안마시술소 방문 목적을 ‘무릎 치료’로 인정하고, 닭갈비집 술자리는 ‘관례’, 모텔 투숙은 연예병사의 ‘특수성’으로 인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비의 징계 수위가 ‘근신’으로 결정 났을 당시에도 뒷말이 무성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이어졌던 것인데 그 당시에도 대체적인 예상은 근신보다 높은 수위의 처벌이 예상됐었다. 만약 이번 역시 국방부가 연예병사들의 징계 수위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논란, 보다 근본적인 의혹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왜 국방부는 늘 연예병사에게 각종 특혜를 용인하고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로 끝내는 것일까, 행여 국방부가 연예병사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연예병사 제도를 둘러싼 보다 심각한 문제점과 부작용이 드러나는 것을 국방부가 원하지 않아서는 아닐까 등등의 의혹 제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폐지설까지 대두되고 있는 연예병사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과 의혹을 국방부가 깔끔하게 해소해줄 수 있을 지, 아니면 더 큰 논란과 의혹을 양산하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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