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측 "정상회담 회의록, 못 찾거나 안 찾아"
국가기록원 시스템, 특정 파일명이나 명령어를 통해서만 검색 가능
여야 의원 10명으로 구성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관련자료 열람위원단’이 지난 17일 국가기록원에서 정상회담 ‘대화록’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것과 관련,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18일 “(대화록을) 못 찾고 있거나 고의로 회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비서관, 수석, 대통령에 올라가는 모든 기록이 다 보존됐다”며 “중간에 한 단계라도 안 거치면 위로 안 올라가는데, 일단 결제를 거친 기록물은 그대로 컴퓨터에 저장돼 누가 중간에 조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서명을 한 이상 그건 그대로 보존된다. 삭제를 하려면 문서에 대해 다시 중간에 재검토를 지시해야 하는데, 정상회담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물들을 어떻게 중간에 되돌리겠느냐”면서 특정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변조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김 전 비서관은 누군가 고의로 회의록 검색이 불가능한 검색어를 입력했거나,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의 업무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혼선을 빚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전 비서관에 따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퇴임하면서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에 저장됐던 약 824만 건의 전자기록을 모두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 특히 정상회담 회의록을 비롯한 대통령 지정 기록물은 외장 하드디스크를 통해 별도로 보냈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청와대의 이지원 시스템에는 모든 청와대의 기록물이 개별적으로 저장됐기 때문에 특정 키워드를 통한 기록물 검색이 가능하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의 시스템은 청와대에서 넘어온 자료들이 연동되지 않은 상태로 저장돼 한 건으로 분리가 되지 않는다.
결국 이지원 시스템으로는 포털사이트처럼 하나의 키워드로 그 키워드가 포함된 모든 자료를 한 번에 볼 수 있지만, 국가기록원의 업무관리 시스템을 통해서는 특정 파일명이나 명령어를 통해서만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국 자료를 검색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단 설명이다.
다른 한편으로 김 전 비서관은 열람위원 중 누군가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검색을 회피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 정치적으로 진위가 가려지게 되면 불리한 측에서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고의로 검색이 되지 않게 해) ‘그 검색어를 치면 안 나온다’, ‘그거 없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호도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검증 자체를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비서관은 “할 수 있다면 바로 이지원 시스템을 구동시켜 (대화록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열람위원단이나 국가기록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김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가져가면서 기록원에 보관된 상당량의 기록물을 폐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기록물을 가져가게 됐던 것도 대통령 기록관에 (모든 기록물을) 통째로 이관했는데, 그걸 기록관에 와서만 열람할 수 있지 규정상 인터넷을 통해서는 볼 수 없다”며 “그런 이유들로 ‘(원본을) 복사해 (가져와서) 보자’ 해서 사본을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저로 가져간 기록물은 이지원 시스템과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기록물의 사본이므로, 이를 기록물 폐기로 연결하는 것 자체가 억측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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