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즈·왕정치에 도전…한국만 홈런 디플레이션
메이저리그 데이비스 열풍..전반기에만 37개 작렬
일본도 30개 넘어..한국은 이승엽 이후 경쟁 구도도 약해
메이저리그에서는 '데이비스 열풍'이 불고 있다.
2012시즌 쏘아올린 홈런을 전반기에 다 뽑아낸 거포 크리스 데이비스(27·볼티모어)의 신드롬이 강렬하다. 전반기에만 무려 37개의 홈런을 터뜨린 데이비스가 현재 페이스라면, 배리 본즈(전 샌프란시스코)가 2001시즌 기록한 단일 시즌 최다홈런(73홈런) 도전도 가능하다.
영건의 급성장이 때 아닌 약물 논쟁을 낳을 만큼, 데이비스의 파괴력은 치솟은 인기만큼이나 급증했다. 반면 내셔널리그는 잠잠한 편이다. 리그 홈런 1위 카를로스 곤잘레스(콜로라도)의 25홈런이 최고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야쿠르트의 강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32홈런으로 리그 선두다. 2위는 작년까지 주니치에서 뛴 토니 블랑코(요코하마)가 30개로 바짝 쫓고 있다. 홈런왕 경쟁은 치열하다. 블랑코는 공교롭게도 2013 일본 올스타전 홈런더비 준결승에서 이대호를 누른 거포다.
이대호(오릭스)가 있는 퍼시픽리그는 센트럴리그보다 홈런에서 뒤떨어진다. 리그 1위는 22홈런을 터뜨린 나카무라 다케야다. 1개 차로 바짝 추격중인 미첼 아브레유(니혼햄)다. 이대호는 16홈런으로 리그 7위.
센트럴리그의 발렌틴과 블랑코 모두 50홈런 이상이 가능한 페이스라 오 사다하루, 터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가 공동 보유한 시즌 55홈런 대기록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는 페이스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지난 2003년 수립한 아시아 최고기록(56홈런)도 사정권에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데이비스, 일본프로야구는 발렌틴과 블랑코의 대포가 리그를 달구며 단일시즌 역대 최다홈런 신기록에 도전장을 던질 정도로 홈런포의 인플레이션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는 홈런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다.
리그 홈런 선두는 박병호(넥센)이다. 작년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박병호의 홈런왕 2연패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작년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으로 MVP에 선정됐던 박병호가 올해 최정(SK)과 홈런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홈런을 뽑아내며 전반기를 홈런 단독 1위로 끝낸 박병호의 강력한 도전자는 최정(18홈런)이다. 그 뒤를 2011시즌 홈런왕 최형우(삼성)과 이성열(넥센)이 16홈런으로 추격하고 있다. 시즌 126경기 중 박병호 소속팀 넥센은 이미 74경기를 소화했다.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20홈런 아래에 있기 때문에 올 시즌 홈런왕 타이틀도 작년처럼 30홈런 내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병호와 최정이 엎치락뒤치락 홈런왕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은 흥미를 끌지만 홈런 양산 면에선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올 시즌 홈런왕 경쟁보다 오히려 이승엽의 역대 최다홈런 신기록(352호)에 관심이 집중이 되는 점이 그렇다. 물오른 현역 타자들 중 이승엽 가치를 능가할 거포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
메이저리그는 본즈에, 일본프로야구는 왕정치에 도전하고 있다. 역사상 최고의 전설에 나란히 도전하는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도 이승엽이다. 이승엽의 상품성을 능가할 타자들이 속출해야 할 상황인데도 10년 지난 지금도 이승엽이 타자들의 이슈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최근 불거진 데이비스의 스테로이드 논쟁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한국의 홈런 실종으로 인한 반작용일 가능성도 크다. 한국에서는 2003년 이승엽과 심정수의 홈런 레이스 이후 볼만한 경쟁구도가 사실상 실종됐다.
이승엽이 열었던 50홈런 시대는 이승엽의 일본 진출 이후 30홈런 시대로 회귀했다. 2006년에는 26개 홈런왕(이대호)도 탄생했다. 이후 이대호가 2010년 44홈런으로 30홈런 시대를 탈출한 게 유일하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 이후 다시 30홈런 시대로 리턴했다.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 홈런왕도 이승엽이 차지했다. 10년 만에 참가한 올스타전에서 그것도 생애 최초로 늦깎이 홈런왕에 등극했다. 최고의 파워를 뽐내던 10년 전에도 단 한 차례 따내지 못했던 올스타전 홈런왕 타이틀을 서른일곱에 따냈다. 외국인 선수들을 선발할 때 거포보단 투수를 선호하는 경향도 일조했다.
전설을 넘어서는 새로운 도전이 있어야 리그는 성장한다. 적어도 홈런 부문에 있어서는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10년 전에도 이승엽, 지금도 이승엽만 바라봐야 하는 거포 부재의 프로야구. 일단 40홈런왕 시대라도 다시 열어젖힐 영건이 언제쯤 출현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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