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록 증발로 유리한 국면임에도 지지율은 하락
전문가들 "정쟁으로 비쳐지면서 국민들 피로감"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지면서 새누리당은 일단 이득을 봤다.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던 상황을 대화록 공개·열람 국면으로 거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마냥 호기를 부릴 때는 아니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여당이 유리한 것 같지만 정부와 여당이 경제와 민생을 챙기지 않고 자꾸 정쟁에 휘말린다면 궁극적인 책임은 결국 정부·여당에게 간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민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NLL 대화록 공방’이라는 과거 의제에만 매달린 점은 국민들에게 집권여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2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안보 논란이 생기면 국민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무조건 여당에 유리했지만, 민주화 시대가 들어선 이후에는 안보논쟁이 벌어질 경우 여야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논쟁이 과열될수록 국민 불안 심리가 생기면서 야당에게 불리하게 되겠지만 동시에 그것을 이용하는 여당에 대한 거부감도 동시에 확대된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정쟁 공방 싸움에서 새누리당이 다소 유리하겠지만 현 상황이 계속적으로 반복될 경우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집권여당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전체 국정운영에 있어서는 상당히 불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호기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은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8일 동안 전국의 유권자 1215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8%p) 결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7%로 전주 대비 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민주당은 1%p 상승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19일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와 유선전화 임의 전화걸기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에서도 전주보다 1%p 감소한 47%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1.1%p 상승한 25.1%를 기록했다.
이달 초 여야 회의록 공개 합의와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귀태’ 발언으로 상승세였던 지지율이 정상회담 유실 논란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리얼미터 측은 “국가정보원의 지난해 대선 개입 의혹 사건 관련 국회 국정조사의 난항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실 논란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은 하락한 반면, 민주당은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도 “대화록 진본이 나오지 않으면서 오히려 소모적인 정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치권 전체가 공멸하는 수준이 될 것이며 결국 집권당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당내에 반발세력이 생기면, 다음 지방선거와 총선 때 어떻게 될지 모른다. 새누리당은 비상이기 때문에 빨리 정리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정부여당에 유리한 듯 하지만 궁극적 책임론은 대통령에게 갈 수 있어"
이와 함께 NLL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결국 최종 피해자는 박근혜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민생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최근 NLL 논란을 둘러 싼 여야의 대치국면을 방관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어떤 결론도 나지 않고 논란만 지속되는 상황이 우리나라 정치와 국익에 해만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최 소장은 “지금 당장은 정부·여당이 유리한 것 같지만 결국 불똥은 대통령에게 튈 수밖에 없다”며 “경제와 민생을 챙기지 않고 자꾸 정쟁에 휘말린다는 궁극적 책임론이 대통령에게 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듯 지난달 중순까지 60%대를 유지했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이는 국정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했던 지난달 넷째 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비록 3.1%p의 낙폭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달 첫째 주 여야가 회의록 원문을 공개키로 합의하면서 전주 대비 0.6%p 하락했다. 이후 둘째 주 조사에서 홍 의원의 귀태 발언으로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지만, 셋째 주 조사에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상회담 회의록 유실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1.5%p 하락하면서, 59.3%를 기록했다. NLL 논란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둘째 주 63.3%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박 평론가는 “NLL 논란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지속될 경우 자칫 하면 정쟁만으로 박근혜정부 5년이 다 지나갈 수 있다”며 “내년에 지방선거와 20대 총선이 다가오면 박근혜정부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인데 만약 선거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박근혜정부는 그냥 끝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도 “현 상황이 청와대에 불리하다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여야를 떠나 우리나라 정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충고했다. 다만 국가 위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정략적인 접근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으론 NLL 논란과 관련해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현 대치 국면이 늘어질수록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깊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시각에는 회의록 유실 논란이 종결돼도 또 다른 논란이 양산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최 소장은 “이제 국민들도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안보한계허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에 효과도 없고, 오히려 피로감이 심화되면 반발 심리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의혹으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전유출 의혹, 여야의 국가기록원 원본 확인, 회의록 유실 의혹 등으로 넘어가면서 특정 사안이 해결되기 전에 또 다른 논란을 양상, 생산성 없는 정쟁만 유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답보 상태에 있는 여야 논의를 청와대가 나서서라도 종결지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NLL 논란이 밀려나면 국정원 국정조사 등 야권에 유리한 이슈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에 여당 측이 쉽게 국면 전환에 협조할지 미지수다. 이 같은 이유로 야권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검찰 수사와 특검 등을 동원해서라도 NLL 대화록 이슈를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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