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인터뷰 "열심히 안도왔다는 것은 결과론적 이야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를 술회하면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를 열심히 돕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 “당시 그 정도면 열심히 도왔다고 민주당에서도 얘기했다”며 “열심히 안 도와서 패배한 후보가 있나, 세계 어느 대선에서?”라고 반문했다.
안 의원은 29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는 좋아하지만, 문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이 (문 후보를) 찍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열심히 운동했다”며 “열심히 안 도왔다는 분들은 결과론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을 비판하는 야권 지지층이 있다는데 대해서도 “전국의 수십 군데에서 지원 유세를 하면서도 나는 말 그대로 백의종군, 그냥 아무 조건 없이 도왔던 것”이라며 “막 이길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선 (승리의) 일등공신이 옆에 없으면 굉장히 편안한 상태 아니었을까”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그러나 나중에 굉장히 의도치 않게 (대선 패배에) 상처 받은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후회가 됐다”며 “오히려 마음의 상처 받은 분들을 좀 위로해 드리고 했어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문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 중 급작스럽게 사퇴한 이유에 대해선 “정말 피눈물 나는 결단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내 모든 걸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는데 저쪽에서 단일화가 안되면 3자 대결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로 (단일화) 7개 항에 합의할 때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이룬다’고 했는데 그 말은 합의를 깨겠다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결심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면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고”라며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선 문 후보에게 밀렸다는 식이었지만, 당일 오전에도 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의 1대 1 대결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내부의 여론조사 결과도 여전히 견고하게 (문 후보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사퇴하기) 그 전날 (문 후보와) 1대 1로 이야기한 다음 개인적으로 만나 더 이상 설득은 힘들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 다음 3자 대결 발표가 나오니…”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당시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안 의원을 파트너 상대로 생각하지 않아 사퇴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단일화 협상을 한때 중단한 이유도 그렇게 경쟁 상대로만 접근했던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며 “그때 한 말이나 생각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고 긍정했다.
하지만 그는 문 후보와의 담판 과정에서 자신이 ‘민주당 입당’을 전제로 문 의원의 양보를 요구했고, 문 의원은 ‘나도 승산이 있다’고 맞붙었다는데 대해선 “그건 세월이 흐른 뒤에…”라고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이 진짜 보수 정당, 민주당이 진짜 진보정당인가"
아울러 안 의원은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 민주당의 친노 진영에 대해 “중간층이나 반대층은 설득하지 않고, 소수 열성 지지자 그룹 내지 자기 지지기반만 바라보면서 정치를 양극화시키고 있다”며 “한국 정치의 제일 큰 문제는 정치를 선과 악의 대결로 생각하고, 상대방은 처단해야 할 악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회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 의결로 대통령기록물 열람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정상회담 대화록 공방 문제의 본질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논란”이라며 “정보기관이 대선에 개입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문제에 대한 사실 규명과 처벌, 재발방지가 본질인데 어느 사이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나 안했나에 이어 사초 분실로까지 논란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양당 모두 한 분 한 분 보면 좋은 분이 많다. 그러나 집단이 되면 (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표결 때 보였던 그런 처참한 광경, 강제당론에 따라 국익에 손해되는 행동을 한다”며 “제대로 된 그림을 못 만들고 있는 게 우리나라 정치의 모습이다. 이를 원래 정치의 모습으로 돌리는 게 미력하나마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안철수 신당’과 관련해선 “국민의 열망은 대안 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게 거의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그런 열망에 대해 내가 해야만 하는 의무와 몫이 있다. 그렇다고 ‘안철수 (개인)당’으로 가면 안된다는 건 한국 정치사가 증명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 “(신당 창당은) 이분들과 뜻이 맞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면 함께 의논해 공동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결정할 때 나도 N분의 1이다. 내가 먼저 그릇을 만들어 채우기보다는 많은 분들과 논의해 그분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같이 그릇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타임 스케줄은 없다. 분명한 것은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정해진 정치 일정에는 맞춰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에서 당 개혁 뒤 안 의원 측과의 연대를 하겠다는 구상이 나오는데 대해선 “대한민국 정치 문화가 바뀐다면 어떤 식으로 모양이 최종 정리될지는 잘 모르지만,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정당 시스템이 제일 바라는 모습이지, 형식적으로 당이 몇 개냐는 중요치 않다”고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안 의원은 이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안 의원이 비호남에선 연대, 호남에선 비연대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도 “(야권후보 단일화가 없었던) 이번 노원선거를 보면 (내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지 답이 있다”며 “(나에게) 부산 영도에 출마하란 얘기가 나왔잖느냐. 위에서 체스 게임 하듯이 여기 출마하면 어떻게 되고 하는 그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또 “노원 선거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을 안 거치고 60% 넘게 받았다. 그중에는 평생 새누리당만 찍었던 분들이 거의 30%, 진보정당만 평생 찍었던 분들 표도 다 받았다”며 “그게 변화에 대한 열망일 거다. 새누리당이 진짜 보수 정당인가? 민주당이 진짜 진보정당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때와 올해 4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때 머리스타일이 달라진 것을 두고 “중요한 의미가 담겼는데 다들 그 부분을 캐치하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미국 체류 중 스탠퍼드 대학에서 한 배우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는 영화를 찍을 땐 본래 성격과 다른 캐릭터를 선호하지만, 드라마에선 자기와 비슷한 배역을 선택한다고 했다”며 “영화 촬영은 길어야 6개월이니 전혀 다른 삶을 연기해도 되나, 미국의 TV드라마는 인기가 있으면 10년도 가는데 오랜 시간을 연기하면 원래 모습과 드라마 속 배역이 충돌해 시청자도 알아채 인기까지 추락한다는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선 출마는 100% 자의적 선택이 아니었다. 많은 분이 원했고, 부름을 받아 그 자리에 섰다”며 “하지만 이제 정치를 할 거면 원래 내 성격, 내 단점과 장점 그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전 헤어스타일을 버리고 원래대로 했다”고 언급했다.
안 의원은 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4월 재보선에 나온데 대해선 “(향후 있을 대선 전) 먼저 나와 (진흙탕에) 뒹굴면서 그릇이 되는지를 스스로 검증하고, 국민께 알리는 게 정정당당하다고 봤다”며 “(검증을 거쳐) ‘깜’이 안되면 깜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단거리는 평범했지만 장거리는 잘 뛰었다”면서 “정치도 단기적 이해타산에 집착하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또 마라톤으로 본 자신의 현 위치에 대해 “이제 막 출발한 거죠?”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이어 함께 정치를 하고 싶은 정치인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를 꼽으며 “수십 년 동안 박해와 핍박을 받았는데 (반대 세력을) 포용한 것 자체만으로도 거의 성인 대열”이라며 “현실에 땅을 딛고 정치하면서 실제로도 결과를 이끌어낸 분”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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