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대화록 공개과정 수세에 몰리니 궁지 벗어나기 위한 방법"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1일 민주당이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을 비판하며 원외투쟁에 나선 것과 관련,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이 원내외 병행 투쟁을 내걸고 원외로 장을 옮긴다고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은 지지를 받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전 장관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어떻게 보면 민주당이 ‘NLL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상당히 수세에 몰리고 궁색한 입장이 되니 그 궁지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국민에게 주는 면이 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말은 원내외 투쟁이라고 하는데 순전히 원외투쟁만 내걸기에는 부담이 느껴져 그랬던 것 같다”며 “야당의 투쟁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아 지금 이렇게 지지도가 형편없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지금까지) 전략적 측면에서 봐도 민주당이 그렇게 썩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언급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불리는 친노(친노무현)와 온건파로 불리는 비노(비노무현) 간 갈등에 대해 “‘화학적 융합’은 어렵겠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잠깐 가서 보니 친노와 비노라고 분류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깜짝 놀랄 만큼 두 세력 사이 감정의 골이 굉장히 깊더라. 아주 격렬한 감정의 표출이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답답한 게 ‘대체론 대표’(김한길 대표)를 뽑아 체제 출범을 시켰으면 그 체제가 힘을 받도록 안에서 서로 받쳐줘야 하는데 일단 대표를 뽑아놓고 막 흔드니 무슨 수로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NLL대화록’ 공개 등을 두고 친노의 수장인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이 일고 있는데 대해선 “책임을 어떤 형태로 질 것인지도 본인이 결정하게 놔둬야지 사퇴하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장관은 ‘NLL대화록’ 실종 등에 대한 수사에서는 새누리당의 검찰 수사 쪽에 손을 들었다. 그는 “일단 검찰 수사에 맡긴 뒤 수사 결과를 보고 그게 정 미진하고 용납할 수 없으면 그때 가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을 해도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아울러 윤 전 장관은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새누리당이 국조에 선뜻 응할 때부터 명분상 응한 뒤 방법론을 놓고 계속 문제 삼아 흐지부지할 것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것 아니냐”며 “국조가 파행을 겪는 책임은 결국 새누리당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때까지 새누리당은) 국민이 모르고 있는 뭔가 엄청나게 터질 것 같은 의혹만 키워놨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대선불복’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 “‘국정원은 선거개입’이라는 의혹 자체는 나와있는 게 아니냐”며 “그 사건 자체를 민주당이 문제 삼는 것을 대선불복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여당은 단기적으로 볼 때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이 부담이 다 집권당에게 갈 것”이라며 “그렇게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과거에도 대통령이나 대통령 참모들은 여야 간 격렬하게 정쟁할 때는 초월해진 위치에서 국정을 열심히 챙기는 모습을 국민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은 그런 위치가 아니지 않느냐”며 “지금쯤은 대통령이나 정부의 입장이 밝혀져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보여야 할 마땅한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새 정치, 시작됐습니까?"
윤 전 장관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새 정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뱉었다.
먼저 윤 전 장관은 사회자가 “(안 의원이) 새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하자 “아, 새 정치가 시작되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을 받는 안 의원의 ‘새 정치’를 에둘러 꼬집은 것이다.
앞서 윤 전 장관은 사회자가 질문하기 전 “안 의원과 가까우니 여쭤보겠다”고 서두를 꺼내자 “가깝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재작년, 2년 전에 몇 달 동안 가깝게 지낸 일이 있다”고 바로잡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한국정치의 폐해와 관련해 책을 몇 권 쓰신 석학”이라고 언급한 뒤 “(이런 분들에 의해) 이미 (정치적) 진단은 다 나와 있는데 요즘도 안 의원이 가끔 말하는 걸 보면 아직도 진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그러면서 “새 정치라는 게 뭔지 내놓고 그리로 행보를 옮겨가야 많은 국민이나 정치인들이 그것을 판단해 같이 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 같은데 아직은 자꾸 (안 의원이) 한국정치를 진단하는 수준의 발언만 한다”며 “그러다보니 안 의원이 추구하고자 하는 새 정치가 구체적으로 뭔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또 안 의원이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이념을 내놓은데 대해선 “학문적 담론”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신당’의 영향력에 대해선 “어떤 알맹이를 내놓고 어떻게 행보를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새 정치라는 추상적 슬로건만 갖고 새로 만드는 정당이 파괴력을 갖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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