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공중증’ 깬 유재학 매직
아시아농구선수권서 중국에 63-59 역전승
유재학 감독의 치밀한 승부수와 계산 통해
KBL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유재학 감독의 '매직'이 중국의 아성을 깼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1일 필리핀 마닐라서 열린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숨 막히는 접전 끝에 63-59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중국을 꺾은 것은 1997년 우승 이후 16년 만이다. 하지만 이후 한국은 번번이 중국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들었다.
유재학 감독도 3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당했던 한을 풀었다. 유 감독은 당시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따내며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중국을 상대로는 예선과 결승에서 두 번 격돌해 모두 석패했다. 유 감독은 당시 결승전 패배 후 "언젠가 중국과 제3국에서 다시 맞붙어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한국은 공교롭게도 조별리그부터 중국과 이란이 있는 ‘죽음의 조’에 빠지는 불운을 겪었다.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지만 유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높이의 열세, 열악한 지원 등 악재에도 ‘한국형 농구’를 표방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유 감독은 강력한 압박수비와 체력전에서 해법을 찾았다.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코트를 넓게 활용, 상대 진영에서부터 쉴 틈 없는 전면 강압수비를 통해 돌파나 패스의 전진을 최대한 저지했다. 국제무대에서 장신팀들을 상대해야하는 한국농구가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비책이었다.
평균 신장 202cm로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장신을 자랑하는 중국전에서 유 감독의 한국식 농구는 통했다. 한국은 이날 리바운드 싸움에서 25-34로 뒤졌지만 견고한 압박과 협력수비로 골밑에서 1:1 찬스를 거의 주지 않았다.
백코트 싸움에서 한국 가드진의 강력한 수비에 가로막힌 중국 가드진은 공격시간의 대부분을 드리블로 소모했고, 빅맨들은 골밑에 떨어진 곳에서 공을 받아 어렵게 공격을 시도했다. 중국이 자랑하는 높이와 리바운드의 우위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중국은 이날 59점에 그쳤는데 역대 한국전 최소득점이기도 했다.
유재학 감독은 변화무쌍한 수비 로테이션과 잦은 선수교체로 중국을 혼란시켰다. 문성곤, 김민구, 김종규, 이종현, 최준용 등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 선수들을 과감하게 투입, 실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랜 시간 중용한 것은 유재학 감독의 뚝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 내내 강도 높은 압박수비로 인한 체력전을 펼치면서도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 김주성, 조성민, 양동근 등 베테랑들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출전시간을 고르게 하며 체력을 안배한 유재학 감독의 치밀한 계산과 승부수가 있어 가능했다.
한국농구는 이날 승리로 기분 좋은 첫 승과 함께 ‘공중증’을 청산, 16년만의 아시아정상탈환을 위한 청신호를 밝혔다. 첫 경기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유재학 매직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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