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가을야구’ LG 마지막 퍼즐 찾았다
공격형 포수 윤요섭 부활 가능성 확인
선두 삼성과의 팽팽한 대결서 위닝 시리즈
'미리 보는 가을 야구'
한국시리즈 맞대결까지도 가능한 하나의 명경기가 잠실벌에서 펼쳐졌다.
1위 삼성과 2위 LG의 주말 맞대결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의 최대 빅매치였다. 맞대결 이전까지 4경기차.
삼성의 스윕으로 끝날 경우, LG의 선두권 추격은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삼성으로서는 독주 체제를 완비하는 흐름이었다. 반면 LG가 스윕할 경우, 삼성과 LG는 선두를 두고 박빙의 혈전을 치르는 대반전의 시리즈가 될 수도 있었다. 2승1패, 혹은 1승2패로 나눠가질 경우는 현 추세의 연장이었다.
올 시즌 가장 괄목할 상승세를 보인 LG의 전력은 결코 우연이 아닌 힘이라는 사실을 이번 시리즈에서 입증했다. 총력전을 펼친 시리즈에서 2승1패의 우세를 거뒀기 때문. 지난 2일 1차전에서는 우규민 호투를 앞세운 LG가 4-2로 이겼고, 2차전에서는 윤성환 호투로 삼성이 3-0 완승했다. ‘장군멍군’ 이후 3차전이 관심을 끈 이유도 바로 두 팀의 자존심이 걸린 마지막 승부였기 때문이다.
결정적 실책 주고받은 '난타전'
삼성은 장원삼을 선발로 내세웠고 LG는 류제국으로 맞불을 놨다. 미리 보는 가을야구 기대에 만원관중을 장식한 잠실구장의 열기는 마치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할 정도로 타올랐다. 때문에 양 팀은 결정적인 실책을 주고받으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2회초 삼성이 선취 득점을 얻는 계기는 무사 2루에서 박석민의 3루 땅볼을 놓친 정성훈 실책으로 시작됐다. 이후 삼성은 강명구의 2루 땅볼과 진갑용의 좌전 적시타를 묶어 선취 2득점을 올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아쉬운 점은 1사 1,2루 추가 득점 기회에서 후속타자의 불발로 반격의 불씨를 살려뒀다는 사실.
LG의 강한 면모는 2회말 반격에서 바로 이어졌다. 선두타자 정의윤이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정성훈의 좌익선상 2루타로 바로 추격, 흐름을 다시 가져왔다. 강팀의 맞대결은 흐름을 주고받고 역전과 재역전이 거듭되는데 바로 이날 경기가 그랬다.
선발 류제국이 안정을 되찾자 LG는 4회말 공격에서 정의윤의 좌월 솔로포와 오지환의 내야땅볼로 2점을 추가하며 뒤집었다. 뒤집힌 삼성의 반격도 매서웠다. 5회초 반격에서 최형우의 중전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
6회부터 삼성은 평정심을 잃었다.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2000년대 이후 최강 전력을 구축해 온 삼성이 김상수와 조동찬의 부상 공백을 절감했다. 선두타자 이진영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정병곤의 악송구로 출루시킨 것. 여기에 1루로 백업을 간 강명구의 악송구가 이어지면서 무사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원삼 폭투가 나와 무사 3루, LG의 재역전 기회가 찾아왔다. LG는 1사 후 이병규의 중전적시타로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반면 삼성은 실책과 폭투에 이어 2루수 강명구의 송구 실책이 겹쳐지면서 2사 2,3루를 허용했다.
이후 정성훈의 볼넷으로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은 LG는 윤요섭의 2타점짜리 좌중간 적시타와 박용택의 중전 적시타로 6회에만 대거 4득점, 7-3으로 멀찌감치 도망갔다. 하지만 삼성의 반격도 끈끈했다. 바로 이은 7회초 반격에서 최형우의 우중간 1타점짜리 2루타로 1점을 추격한 뒤 8회초에는 1루수 이병규(7번) 실책과 대타 우동균의 2타점짜리 우전 적시타로 2점을 올려 7-6으로 따라붙었다.
윤요섭, 가을야구 LG의 마지막 퍼즐
하지만 이날 영웅은 바로 LG의 새 안방마님 윤요섭이었다. 8회말 선두타자 이병규가 볼넷으로 얻은 기회에서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권혁의 높은 직구를 통타, 좌월 쐐기 투런포를 쏘아올린 것.
희생번트 동작에서 바로 팔을 빼 강공으로 선회한 그 한 방이 바로 이날 역전과 추격의 질긴 고리를 끊는 한 방이 됐다. LG와 삼성은 이번 주말 3연전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총력전을 펼쳤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포수 윤요섭 맹활약을 등에 업은 LG였다.
2009년 SK와의 4:3 트레이드로 LG로 이적한 윤요섭은 조인성의 FA 이적 이후 공격형 포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포수 수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올 시즌 타격이 1할대(0.173)로 부진했지만 이날 결정적인 4타점을 기록하며 공격 부문에서도 자신감을 충전했다.
공격형 포수였던 윤요섭의 부활은 LG가 가을야구로 가는 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그걸 찾아냈다.
삼성, 김상수-조동찬 공백 실감
삼성은 주전 내야수 김상수와 조동찬의 부상 공백이 여실히 드러난 한판이었다.
지난 주초 KIA와의 3연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정병곤과 강명구의 새로운 키스톤 조합이 이날 결정적인 실책을 6회에 연속 저지르며 자멸한 것. 경험이 많지 않은 백업 요원들의 집중력이 오래 가진 않는다는 교훈을 얻은 장면이다.
게다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대신 영입한 에스마일린 카리대는 6회 2사 후 선발 장원삼에 이어 등판했지만 4타자를 맞아 2볼넷과 2피안타를 허용하며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처리하지도 못한 채 강판, 류중일 감독의 불펜 운용에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삼성으로 아쉬운 점은 6회 2사 후 등판한 권혁을 너무 길게 끌고 갔다는 점이다. 그동안 긴 이닝 소화보다는 짧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주로 활약했던 권혁을 8회까지 길게 끌고 간 게 화근이 됐다. 물론 LG 좌타 라인에 대한 봉쇄 의도였지만 그 집착이 윤요섭의 쐐기포로 연결됐다.
이제 1위 삼성과 2위 LG의 경기차는 3. 시리즈 전보다 1게임차 줄어들었다. 2위 LG는 한 게임차 줄인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로 불리는 이번 시리즈에서 힘과 힘으로 맞붙어서 삼성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는 점. 바로 그 자신감이다. 가을야구로 가는 외나무다리에서 LG는 가장 큰 장애물 하나를 넘은 셈이다. 반면, 삼성은 김상수와 조동찬, 주전 키스톤 조합의 공백을 다시금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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