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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력 부재’ 한국농구 맨땅 헤딩?


입력 2013.08.05 09:53 수정 2013.08.06 10:49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전력분석팀 없어 상대팀 정보 구하느라 전전긍긍

2라운드 최악 경기시간대 독점..스포츠 외교력 한심

유재학호가 1라운드에서 중국, 이란을 상대로 분투할 동안 대한농구협회는 2라운드 이후를 대비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 ⓒ 연합뉴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이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2라운드(12강) 결선리그에 돌입한다.

1라운드에서 중국-이란과 함께 '죽음의 조'로 꼽히던 C조에 배정된 유재학호는 2승1패로 선전하며 12강에 안착했다. 2라운드에서는 F조에 편성돼 8강 진출을 다툰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이란, 인도, 카자흐스탄, 바레인 등 6개팀이 F조에 속했고 상위 4개팀까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8강 진출은 1·2라운드 누적 성적을 합산해 결정된다. 1라운드에서 2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이란(3승)에 뒤지고, 중국(1승 2패)보다는 앞서 있다. 전력상 강팀인 중국과 이란의 2라운드 전승을 예상하는 만큼 한국 역시 카자흐스탄, 인도, 바레인을 모두 잡아야 F조에서 상위 2위 이내에 진입할 수 있다. 8강 토너먼트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필리핀, 대만, 카타르 등 부담스러운 팀들을 일찍 만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대진운은 나쁘지 않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2라운드에서 만날 3개팀은 모두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고 있는 팀들이다. 1라운드에서 격돌했던 중국과 이란만큼 부담스러운 상대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무조건 낙승을 장담할 정도는 아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상대팀의 전력 자체보다 오히려 한국농구의 정보력 부재다.

대한농구협회가 전문적인 전력분석팀을 꾸리지 못한 탓에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중국과 이란의 자료를 사적인 루트로 구해 대회를 준비해야 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들에 대한 대비도 고작 이 정도인데 국제대회에서 크게 알려지지 않은 카자흐스탄-바레인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나 전력분석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더욱 한심한 것은 현재 대회가 열리고 있는 현지에서도 여전히 대표팀만 '맨땅에 헤딩'하는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 바레인, 인도가 속했던 D조의 경기들만 제대로 챙겼어도 대표팀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유재학호가 1라운드에서 중국, 이란을 상대로 분투할 동안 대한농구협회는 2라운드 이후를 대비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 현지 중계나 인터넷 해외방송 등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경기 동영상 자료라든지 상대국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는 전무하다. 유재학 감독은 할 수 없이 몇 장에 불과한 D조 경기의 기록지를 통해 상대국들의 전력과 스타일을 어렴풋이 파악했을 뿐이다.

한국농구의 무능함이 드러나는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다. 농구대표팀은 2라운드에서 전 경기를 늦은 시간대인 오후 10시 30분대 배정받았다. 우승후보인 중국-이란과 맞붙었던 1라운드에서 오후 6시대 경기를 치렀던 것과는 천지차이다.

가뜩이나 빡빡한 국제대회 일정에서 선수들에게 전혀 생소한 '야간경기'는 신체리듬과 경기감각에 악영향을 미친다. 개최국 필리핀과 중국 등은 2라운드에서도 프라임 시간대인 오후 6~8시대를 배정받았다. 반면 한국은 그야말로 최악의 시간대를 독점하며 찬밥신세를 절감했다. 한국농구의 초라한 국제적 위상과 스포츠 외교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초의 경기인 출신 단체장인 방열 농구협회장과 현 집행부는 전임 이종걸 회장의 무능함과 국제경쟁력 회복을 부르짖으며 대한농구협회를 장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대한농구협회는 이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대표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투자도 전혀 없었고 현지에서도 여전히 감독과 선수들만 적진에 둘러싸여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농구의 명예회복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분투하는 농구 후배들에게 힘이 되지는 못할망정, 부끄러운 선배들이 돼서는 안 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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