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애플 감싸는데…박 대통령은?
<기자의 눈>미국은 자국 기업 보호주의…한국은 자국 기업 죽이기?
미국의 준 사법기관이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간 다툼에서 한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고, 미국 기업은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굳이 자국 이기주의니 보호무역주의니 하는 골치 아픈 용어들을 들먹이지 않아도 그림은 뻔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싸워도 심정적으로는 자기 자식 편을 들게 마련이다. 처음엔 공정하게 뜯어 말리는가 싶다가도 자기 자식이 한 대라도 더 맞았다 싶으면 ‘이기적인 부성애’가 개입되는 일이 다반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 수입금지’ 결정을 ‘거부권’까지 행사하며 뒤집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독립적으로 사법적 권한을 가진 기관(ITC는 준 사법적 독립기구)의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결코 남발돼서도 안 되고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남발을 자제하는 게 보통이다. 실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ITC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에(연임을 포함한) 한 번 쓸 수 있을까 말까 한 카드를, 갖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애플이라는 단일 기업을 위해 내던진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접어두고 자기 자식 편들기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의 행동에 결코 잘했다는 평가를 내려줄 수는 없다. 다만, 남의 집에 가서 억울하게 한 대 맞고 온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이기적인 아빠’를 둔 옆집 친구가 부럽게 느껴질 법도 하다.
안타깝게도 우리 기업들은 ‘집에서만 엄한 아빠’를 뒀다. 순환출자 규제와 금산분리 강화로 경영권을 뒤흔드는가 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으로 수·발주와 같은 구체적인 영업 사안에 관해서도 정부의 눈치를 보도록 하고 있다.
이전 정권부터 이어져온 반기업 정서를 바탕으로 한 ‘경제민주화’ 바람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도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기업들을 옭죄고 있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관례처럼 있어온, 특정 기업 하나 잡아다 시범케이스로 신나게 두들겨 패는 일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거액의 세금 납부와 막대한 고용창출 등으로 자국 경제에 이바지하는 기업이 행여 손해라도 입을까 무리수까지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 살건 죽건, 기업 사냥꾼의 표적이 되건 말건 정치권과 정부가 어떻게 하면 반기업 정서에 편승해 표밭을 잘 관리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 총수는 미국의 모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해당 지역 주지사와 지역 상원의원, 그리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해당 지역에 공장을 지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툭하면 그를 국회 청문회에 앉히거나 심지어는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가 이끄는 기업이 한국에서 더 큰 규모의 공장을 운영하며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에도 더 크게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느라 국가 원수의 체면까지 구기는 것까지는 결코 찬성하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싶어도 뒤통수가 서늘해 몸을 사리는 일만큼은 없도록,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정도는 정부와 정치권이 당연히 해줘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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