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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 선전 이면의 그림자 ‘샴페인 거두어들여라'


입력 2013.08.07 11:23 수정 2013.08.07 16:3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유재학호, 중국 11년 만에 격파하는 등 선전 거듭

주먹구구식 행정..땅에 떨어진 위상은 여전

한국은 중국을 11년 만에 격파하는 등 아시아선수권에서 선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농구가 모처럼 맞이한 호재에 반색하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서 열리고 있는 제27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에서 유재학호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듭하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경기에서 영원한 숙적인 만리장성 중국을 11년 만에 격파한 것은 팬들을 들뜨게 했다. 농구 관련 이슈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대회 개막 전만해도 조기탈락을 우려하며 무관심과 냉대로 일관하던 분위기와는 천양지차다.

농구계는 대표팀의 선전이 국내 농구의 부흥에 기여할 것이라면 반가워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출전권이 걸린 3위 이내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 가장 최근이고 이 대회 우승 자격으로 참여한 1998년 그리스세계선수권 출전경험이 마지막 세계무대 체험이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16년만의 아시아 정상탈환도 꿈이 아니라는 기대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한국농구의 초라한 위상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농구대표팀의 눈부신 투혼에 가려졌지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농구 후진국'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명색이 성인대표팀 1진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임에도 제대로 된 스카우트 팀 하나 갖추지 못해 코칭스태프가 직접 전력분석까지 하러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한국대표팀은 F조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바레인, 인도 등이 현재 대회 주경기장인 몰오브아시아레나가 아닌 다른 곳에서 1라운드 예선전을 치렀다는 사실도 파악하지 못했다. 때문에 기본적인 전력분석도 못한 채 경기기록지만 챙겨보는 것으로 분석을 대신했다.

2라운드 내내 유독 한국에만 '야간경기'로 편중된 기형적인 일정은 한국농구의 스포츠외교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은 2라운드 경기를 모두 현지시각으로 늦은 밤인 오후 10시 30분대에 치러야했다.

홈팀 필리핀과 디펜딩 챔피언 중국은 모두 프라임시간대인 6~8시대를 배정받았다. 늦은 시간에 경기를 하다 보니 선수들은 자연히 식사와 수면, 훈련 시간 등 그동안 맞춰놓은 신체리듬이 깨지면서 체력-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국제대회에 참여할 때마다 이러한 현지 텃세와 불이익에 시달리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창구조차 없는 게 한국농구계의 한심한 현실이다.

농구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이것은 오로지 감독과 선수들의 공이지, 농구협회나 한국농구계의 공은 아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 때도 그랬듯 국제대회에서의 반짝 성과가 잠시 시선을 끄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단지 그것만으로 한국농구의 위상이나 인기가 금방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과 뼈대를 무시한 주먹구구식 행정으로는 오래 지탱할 수 없다.

외로운 분투를 거듭하고 있는 대표팀의 투지가 빛바래지 않도록 농구계의 책임감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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