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결핍’ 홍명보호, 연장 탓 없는 목수될까
홍명보호 동아시안컵 3경기 1골 '빈공'
주어진 자원 극대화 능력 요구
홍명보호는 '2013 동아시안컵' 3경기에서 1골만 넣는 빈공에 허덕였다.
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국내파 위주로 꾸려진 공격진에서 김신욱과 김동섭, 서동현을 발탁했지만 1골도 넣지 못했다. 유일한 득점은 미드필더 윤일록이 일본전에서 중거리슈팅으로 터뜨린 것뿐이다.
자연히 득점력 강화가 홍명보호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홍명보 감독은 페루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김동섭과 조동건을 발탁했다. 동아시안컵에 참가했던 김신욱을 비롯해 관심을 모았던 이동국과 박주영 복귀도 없었다.
대표팀의 골결정력 부진은 곧 K리그의 공격수 품귀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2013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현재 득점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토종 공격수는 이동국과 김신욱 정도다. 현재 K리그의 각 구단들은 대부분 최전방을 외국인 공격수들에게 맡기고 있다. 그나마 재능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2선으로 처져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축구전문가들은 "아마추어에서도 재능 있는 공격수들이 많지 않다. 유망주들이 공격수보다 미드필더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외국인선수들이 득세하는 K리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동원, 손흥민 등 그나마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은 일찌감치 해외무대로 진출했다.
일찍부터 해외진출까지 고려하는 요즘 젊은 선수들의 성향을 고려할 때,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 가능성이 낮은 공격수보다는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미드필더를 선호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유럽무대에 진출한 선수 중 성공사례는 주로 박지성이나 이청용, 기성용 같은 미드필더들에 편중된 반면, 공격수는 꾸준히 활약한 경우가 드물다.
그나마 K리그에서 활약하는 공격수들도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해 대표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가 드물다. 역대 K리그 득점왕 출신들이 정작 태극마크만 달면 고개를 숙이는 사례는 징크스로 굳어진 지 오래다. 통산 K리그 최다득점 기록 보유자들인 김도훈, 우성용, 이동국 등은 하나같이 대표팀에만 오면 부진했다. 이기근, 윤상철, 유병수 등도 K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대표팀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사례다.
이것은 자신이 팀의 중심이 되는 K리그와는 다른 대표팀에서의 스타일과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현재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동국과 김신욱도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
‘좋은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축구로 따지면 선수가 아니라 감독에게도 해당된다. 선수마다 플레이스타일과 개성이 다르다면 주어진 상황에서 선수들에 맞는 축구를 구사하고, 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은 감독의 역할이다. 이동국과 김신욱 같이 좋은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감독들 역량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 중인 홍명보 감독으로서는 대표팀에서 새로운 얼굴을 찾아야하는 것은 물론, 기존 공격수인 이동국과 김신욱 활용법을 찾는 것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더구나 9월 이후에는 지동원, 손흥민 같은 유럽파들도 점검해야한다. 선수들을 마음껏 테스트할 기회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서 남미의 페루와 평가전을 갖는다.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 파올로 게레로(코린치안스), 헤페르손 파르판(샬케04) 등 최정예 공격진을 구축한 페루는 FIFA 랭킹 22위에 있는 쉽지 않은 상대다. 56위 한국에 비해 무려 34계단이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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