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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파업 가결…임단협 어디로 가나


입력 2013.08.14 11:07 수정 2013.08.14 14:54        박영국 기자

파업 단행시 임단협 타결 10월 넘길 수도…집행부 선거 등 변수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 6월 25일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투쟁을 위한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가결시키면서 향후 파업 실시 여부와 임단협 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묻는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 4만6027명 중 4만537명이 투표에 참여(투표율 88.07%)해 3만2591명이 찬성, 가결됐다. 찬성률은 투표자 대비로는 80.4%, 재적인원 대비로는 70.81%였다.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긴 했지만 무조건 파업 돌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정례적으로 파업 결의를 해왔고, 이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현 노조 집행부 뿐 아니라 다른 집행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실시했던 지난해는 물론, 무파업 기간이었던 2009~2011년에도 파업결의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쟁의발생 신고 등의 수순은 밟아왔다.

현대차 사측 관계자는 “대의원 파업 결의와 조합원 찬반투표, 중노위 노동쟁의 조정 신청 등은 파업을 합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만드는 절차로, 이런 절차를 거쳤다고 반드시 파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파업 찬반투표 등의 절차는 사측과 임단협 요구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을 일종의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정례화된 수순이라는 얘기다.

실제, 노사 양측 모두 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중에도 ‘상대방의 입장변화’를 전제로 다시 교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13일 임단협 교섭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노조에 발송해 “대립과 원론적 주장을 이어가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실효성 있는 논의를 진행하자”며, 16일 오후 2시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교섭을 갖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도 “사측의 입장변화 의지가 확인되면 교섭 요구에 응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전했다.

하지만, 현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분류된다는 점과, 노조 요구안에 대한 사측의 입장변화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파업 찬반투표 가결이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현대차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연속 무파업을 기록했지만 강성인 현 노조 집행부가 들어선 지난해 다시 파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부분파업 13일, 특근거부 7일 등으로 총 8만2000여대의 생산차질, 금액으로는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또, 노조가 제시한 총 75건, 세부 180항목에 달하는 방대한 요구안에 대해 세부 논의가 한 차례도 없었던 상황에서 일괄제시안을 내놓으라는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수용할 수 있을지도 문제다.

사측 관계자는 “통상 임단협 교섭은 노조가 요구사항을 내놓고 이를 두고 노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세부사항을 논의하며 서로에 입장을 조율하는 식인데, 이번엔 아예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무작정 일괄제시안을 내놓으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노조측 요구사항에 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항목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상황 호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내용이나 대학에 못 간 자녀에게 기술취득 지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지원하라는 등의 요구에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퇴직금 누진제 보장, 정년 61세 연장, 노조 활동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면제 등 정부 정책 및 사법제도와 맞물린 사안도 사측으로서는 수용하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현대차에서 이같은 요구사항을 수용할 경우 일종의 ‘기준점’으로 작용해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 노조들까지 줄줄이 같은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사측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결국, 노조가 얘기하는 ‘사측의 입장변화’라는 게 노조가 만족할 수준으로 이뤄진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노조는 명분 때문에라도 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

9월 말~10월 초로 예정된 현대차 노조 집행부 선거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년에 한 번씩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국장을 런닝 메이트 방식으로 선출하는 집행부 선거가 이번 추석 연휴 이후로 예정돼 있다.

물론, 현 노조 집행부로서는 선거 이전에 임단협을 타결하는 게 유리하다. 재집권을 위해 ‘임단협 타결’이라는 성과를 조합원들에게 내세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결된 내용에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요구사항이 담겨 있지 않을 경우 오히려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선거 이전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대부분 수용된 상황에서 임단협이 타결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차라리 교섭을 결렬시키고 파업을 통해 집행부 선거 경쟁자들과의 정쟁에서 우세를 점하는 게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

결국 파업이 실시되면 임단협 교섭 및 타결은 추석 연휴를 넘겨 10월 이후에나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일단 파업 실시를 결정하더라도 중노위 노동쟁의 조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19일 다음날인 20일 이후부터 가능해진다. 파업 기간은 노조가 투쟁 수위를 어느 정도로 결정하게 될지, 사측이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조정된 제시안을 내놓을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난해와 같이 13일 부분파업만 진행되더라도 8월 내에는 임단협 교섭 재개가 불가능해진다.

교섭이 재개된다고 해서 바로 임단협이 타결되는 것도 아니다. 노조 요구안에 대한 노사간 절충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 또다시 수차례의 교섭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시 차려진 협상 테이블에서도 노조가 계속해서 사측에 일괄제시안을 요구하고, 사측이 거부한다면 타결 시점은 더욱 요원해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연휴 뒤에는 노조가 집행부 선거에 돌입한다. 선거를 통해 집행부가 교체될 경우 사측은 새로운 협상 파트너와 원점에서 교섭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대의원 선거에서 기존 집행부가 연임한 사례는 흔치 않기 때문에 추석 연휴 이전에 임단협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집행부가 임단협 교섭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편,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현대차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이미 올 3~5월 노조가 11일간 휴일 특근을 거부하면서 상반기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전주공장에서 총 8만3030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상반기 내수판매에서 0.8%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도 전년 동기대비 10.4%나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7.7%의 감소를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이어진다면 생산량 감소에 따른 매출·영업이익 차질 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도 저하와 같은 무형적 손실도 커질 것”이라며 노조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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