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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촛불집회 계기로 통진당과 다시 연대?


입력 2013.08.17 22:56 수정 2013.08.17 23:20        김지영 기자

<현장②>물리적 충돌 없으나 목소리 싸움에 난장판 된 서울광장

제8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열린 17일 서울광장에 2만여 명(경찰 추산 9000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한쪽에선 20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규탄했다.

보수-진보 시민단체 회원들이 한 장소에 모이면서 저녁 한때 갈등도 빚어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만약의 사태를 우려한 경찰 2개 중대 가량이 4겹으로 보수단체 회원들을 에워싸고, 촛불집회가 진행된 서울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두르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랐다.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이날 촛불집회는 일반 시민들을 제외하면 보수에선 시민단체가, 진보에선 정치인들이 총집결한 자리였다. 특히 민주당에선 소속 의원 127명 중 113명이 참석했다. 다만 문재인 의원은 이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먼저 정치권에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의당 등 야권이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처음으로 힘을 합쳤다. 보수 시민단체에선 어버이연합, 고엽제전우회, 대한민국바로세우기본부 등 보수시민단체 연합과 자유대학생연합이 촛불집회를 규탄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찾았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팩트TV, 국민TV 등 진보언론들은 일찌감치 광장에 나와천막을 치고 국정원 특집판 신문 등을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국정원 해체를 주장하는 일부 진보단체와 1인 시위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10인 이내 소규모로 진행됐다. 촛불집회는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에 이어 오후 9시 15분까지 진행됐다. 고엽제전우회를 제외한 보수단체들도 촛불집회가 끝남과 동시에 해산했다.

1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8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져라'라고 씌여진 대형 현수막이 펼쳐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7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8차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 “국정원 개혁,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 보수단체 “촛불좀비 민주당 해체”

민주당 측은 촛불집회에 앞서 치러진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정부 세제개편안 논란을 싸잡아 박근혜정부를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김한길 대표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민생이 무너진다. 민주주의가 망가지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선거와 세금을 제멋대로 주무르게 된다”며 “권력을 장악한 세력이 선거를 제멋대로 주무른 것이 지난 대선을 전후해서 벌어진 국기문란 사건들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민생이 무너진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세금을 거둘 땐 중산층과 서민이 맨 먼저이고, 세금을 쓸 땐 재벌과 부자들이 맨 먼저인 나라, 절대로 안 된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 더 이상의 진실은폐를 중단해야 한다”며 “서민 착취형 세제개편, 조삼모사식의 국민기만,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즉각 시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자”라고 호소했다.

촛불집회에서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청와대는 지금 자신의 죄를 덮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몸통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이대로 끓어오른 민심을 외면한다면 성난 시민들의 시위를 멈출 수 없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일탈을 엄단하고 국가정보기관이 헌법적 사명을 다하도록 하는 권한과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국기문란사태를 엄단하고 이제부터 국정원의 정치개입역사를 끝내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진보당과 연대한 건 지난해 4.11 총선 이후 처음이다. 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가 불거진 이후부터 민주당과 정의당은 진보당과 엮이는 것을 꺼려했으나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에 있어선 힘을 합치고 있다. 이날 집회엔 진보당의 깃발도 대거 등장했다.

다만 진보당 측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입장을 고려한 듯, 이날 집회에서 ‘박근혜 하야, 국정원 해체’와 같은 자극적인 언동은 삼갔다. 비록 일부 시민단체와 개인 참석자들이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으나 별다른 갈등 없이 마무리됐다. 돌출행동도 이날 집회에선 발생하지 않았다.

17일 저녁 민주당의 3차 국민보고대회와 진보진영의 촛불집회가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광장 옆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맞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면,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보수단체 측은 민주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촛불집회에 동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진보진영을 거칠게 비판했다.

이후 보수단체 측은 “촛불난동, 촛불좀비, NLL포기, 종북연합, 민주당 OUT”이라는 구호를 반복하며, 민주당의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이고 본질을 호도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발언 중에는 “꺼져라 좀비, 민주당 아웃”, “지랄 염병” 등 다소 과격한 표현도 다수 있었다.

한 회원은 최근 어버이연합 회원 3명을 폭행 혐의로 고소한 것 전순옥 민주당 의원을 “개 같은 X”이라고 표현하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는 또 자신이 최근 민주당 고위공직자로부터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며 경찰과 민주당이 뺑소니 사고를 쌍방과실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쪽에선 ‘민주당 운지를 바라는 국민들의 모임’을 자칭한 시민단체가 박원순 서울시장의 퇴진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울러 보수 성향의 대학생 단체인 자유대학생연합 회원 대여섯 명이 한국대학생연합을 규탄하며 민주당 천막당사에 난입하려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이들은 ‘향불집회’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서울도서관 옆 도로가에서 한 시간 정도 묵언시위를 벌이다 해산했다.

물리적 충돌 없었으나 목소리 싸움에 난장판 된 서울광장

한편, 이날 서울광장에는 온갖 집회가 난립하면서 시민들의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5시 50분께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가 시작된 뒤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음악을 틀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또 예정에 없던 진보단체의 거리 행진이 진행돼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곧바로 보수, 진보 간 갈등으로 변질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민주당 해체를 촉구하면서 과격한 발언을 내뱉자 진보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일부 남성들이 달려들어 욕설로 응수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빨갱이’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받아쳤다.

갈등은 김한길 대표가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 최고조에 이르렀다.

민주노총 산하 학습지노조 등 진보단체 회원 50여명은 ‘당선무효, 정권퇴진’이라 쓰인 피켓을 들고, 김 대표의 연설 중 “국정원 해체, 박근혜 하야”를 외치며 광장 주변을 행진했다. 이들은 서울도서관 뒷길로 들어서 시계방향으로 행진하다 프라자호텔 맞은편에서 해산했다.

같은 시간 보수단체 측은 스피커 볼륨을 최대로 키워 노래를 틀었다. 순간 김 대표의 발언과 진보단체의 구호, 보수단체가 틀어놓은 노래 소리가 뒤섞이면서 서울광장은 난장판이 됐다. 서울광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인상을 찌푸리거나 짜증을 내는 등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진보를 자칭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시위자들로 인해 ‘국정원 개혁’이라는 집회 취지도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하야와 국정원 해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자는 “12.19 부정선거 박근혜는 부정선거사범 내란 범죄자입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현 정권의 퇴진을 요구했다. 촛불집회 중에도 곳곳에서 ‘박근혜 하야’라고 쓰인 푯말이 보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도 그쪽이 참석하는 게 내키진 않지만, 굳이 끼겠다는데 막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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