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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불모지' 박태환·김연아 없으면 바로 흑역사


입력 2013.08.18 09:19 수정 2013.08.19 10:30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한국 스포츠, 언제까지 천재 1명에 의존?

생활 체육 발전 없이 중국·일본 못 따라가

박태환과 김연아가 당장 은퇴한다면, 한국수영과 여자피겨는 암흑기로 돌아간다. ⓒ 데일리안 DB

'마린보이' 박태환(24)이 불참한 2013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한국 언론과 스포츠팬들에겐 관심 밖이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발군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수영대회에서 중국(금5 은2 동2)은 미국(금13 은8 동8)에 이어 종합순위 2위를 차지했다. 쑨양은 자유형 400m·800m·1500m에서 정상에 등극하며 아시아 수영역사(3관왕)를 새로 썼다.

일본도 메달 6개(금1 은2 동3)를 목에 걸었다.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녀시대 윤아를 좋아한다”고 고백한 세토 다이야(19)는 남자 개인혼영 400m에서 4분8초69로 우승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면, 한국은 박태환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비훈련을 위해 불참한 가운데 백수연(강원도청)과 양지원(소사고)이 여자평영 200m 준결승에 진출, 각각 10위와 14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나머지 선수는 줄줄이 예선 탈락해 세계수영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한국수영 대표팀의 체질개선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 그러나 이는 매년 반복된 잔소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수영 강국’ 미국의 훈련방식을 도입한 시스템은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우선시돼야 할 숙제는 ‘생활체육’의 발전이다.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초등학교 3학년은 수영을 배운다. 익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1년에 고작 12시간 교육에 불과하며 수영장 시설을 갖춘 학교는 거의 없어 지역 유료 수영장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수영의 근본적인 '약점'은 이처럼 사소한 것에서 드러난다. 한국보다 왜소한 일본이 수영을 잘하는 이유는 탄탄한 생활체육 덕분이다. 수영을 초중고 정규과목으로 편성, 전국 학교에 실내 수영장이 있다. 반면, 한국은 수영장을 갖춘 전국 초중고는 3%에 불과하다.

분야는 다르지만, 피겨 스케이팅도 마찬가지다. 불모지에서 꽃피운 '피겨퀸' 김연아만 바라볼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전국에 빙상장을 늘리거나 재정을 갖춘 사립학교 중심으로 ‘아담한 실내 빙판’을 만들어 겨울스포츠의 생활체육화에 힘써야 한다. 고가의 장비 탓에 정규과목 편성은 어렵겠지만, 아이들 곁에 빙판이 있다면 피겨 싹(재능)을 보이는 ‘리틀 김연아’ 발견 가능성이 커진다.

불가능해 보이기만 했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과 김연아는 요술램프 지니가 아니다. 숱한 시련을 딛고 일어선 잡초들이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만성 고관절 통증도 없었고, 기록도 지금보다 좋았을 것이다.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길 기다린다면, 일확천금을 바라는 요행일 뿐이다. 노력 없이 이루어진 성과는 없다.

박태환과 김연아가 당장 은퇴한다면, 한국수영과 여자피겨는 암흑기로 돌아간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평영 최강자 기타지마 고스케(31) 뒤를 이은 ‘19살 신예’ 세토 다이야, 피겨스타 아사다 마오(23)를 잇는 무라카미 카나코(19)가 속속 등장했다. 일본의 생활체육 환경이 부러운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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