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마 농구최강전…호평 뒤로 후유증
농구붐 조성 호평에도 여러 잡음 아쉬움
룰·경기운영 보완..프로팀 승부욕 높여야
2013 프로-아마 최강전은 대학의 패기를 앞세운 고려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용두사미로 기억되는 초대 대회에 비해 2회째를 맞이한 이번 최강전은 재미와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프로팀의 상대적 부진과 아마팀의 선전, 그리고 새로운 젊은 스타들의 등장은 농구대표팀의 월드컵 진출이라는 호재와 더불어 농구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긍정적인 평가에도 최강전을 둘러싼 여러 잡음은 아쉬움도 남겼다. 경희대 최부영 감독과 상무 윤호영 등은 패한 이후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고, 대회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프로 선수들이 아마팀들에 무너지는 이변은 한국프로농구(KBL)의 수준을 폄하하는 목소리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들은 물론 일리 있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최강전이라는 이벤트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편협하게 접근한데서 비롯된 오해이기도 하다.
초대 대회 때는 사실 프로와 대학의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고, 이는 대회 흥행이 실패한 직접적인 이유로 거론됐다. 프로 선수들로 구성된 상무만이 선전을 거듭하며 결국 우승을 차지했을 뿐 나머지 대학팀은 단 한 팀도 8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프로 구단들은 시즌 중 대회를 치러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한 반면, 프로 구단들의 신인드래프트 시기가 앞당겨지며 졸업반 선수들이 일찍 팀을 빠져나간 대학팀들 전력은 더욱 약화됐다. 외국인선수 없이 1.5군~2군의 프로팀만으로도 대학을 압도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대회 개최 시기가 올해부터 8월로 바뀌었다. 대학팀들은 대학리그를 마치고 최상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졸업반 선수들은 최강전을 통해 프로팀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미리 어필하기 위한 동기부여도 충만했다.
반면 프로팀들에게는 여름 휴식기를 마치고 다음 시즌을 대비해 이제 갓 체력과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시기였다. 예년보다 전력 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 프로팀들은 여전히 최강전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물론 성의 없이 했다기보다는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프로팀들에 최강전이란 곧 정규시즌을 대비한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주력 선수를 아낀 팀도 있었고 다양한 선수와 전술을 테스트하는데 치중한 팀도 있었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 강세를 보인 경희대, 고려대, 상무는 모두 최강전 자체에 대한 동기부여가 강한 팀들이었다.
경희대와 고려대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데다 당장 프로에 와도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는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었다. 상무는 군팀의 특성상 출전대회가 많지 않다 보니 전국체전-농구대잔치와 함께 최강전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었다.
리그전도 아닌 단기전에서 우수한 아마팀들에 한두 번 졌다는 게 프로의 수준을 평가절하 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그 정도 이변도 용납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 차가 커야한다면 아예 최강전이라는 이벤트 자체가 필요할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최강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새겨들어야할 대목은 있다. 최부영 감독이나 윤호영의 쓴소리를 단지 결과에 대한 불복이나 '남 탓'으로 매도하는 것도 부당하다. 실제로 경희대와 상무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열정적인 경기력으로 최선을 다한 팀들이었다. 경기 결과나 심판 판정에 대한 아쉬움도 그만큼 승부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최부영 감독은 대회 판정이 "지나치게 KBL 룰 위주로 맞춰져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호영은 최강전이 "이슈를 만들기 위한 대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발언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앞으로 최강전이라는 이벤트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한 번쯤 경계해야할 부분'들을 짚고 넘어갔다는 게 더 중요하다.
공정한 경기운영과 세계농구의 흐름을 따라기 위해서라도 국제농구연맹(FIBA) 룰 위주로의 규칙 변경은 고려해봐야 할 대목이다. 프로팀들의 동기부여와 참여의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적 대책도 필요하다.
이변도 희소성이 있어야 가치가 있다. 지금처럼 프로팀들이 조연에 그치고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최강전의 수준향상과 장기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최강전은 프로만을 위한 대회도, 아마만을 위한 무대도 아니다. 한국농구 전체를 살리기 위한 이벤트라는 대의를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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