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구하기 올인' 이정희, 이번엔 삼진아웃?
차세대 대통령감에서 종북의 아이콘으로 추락
이번 사태로 이석기와 정치적 명운 함께할 행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같은 당 이석기 의원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사건이 터진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전국 16개 시도당과 177개 지역위원회 모두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시시때때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물론 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반대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정치적 명운’을 건 사건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를 더 겪었다. 다만 이 대표는 두 차례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일을 해결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뒤 ‘진보의 스타’에서 ‘진보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현재 ‘이석기 사건’을 통해서도 동일한 얘길 듣고 있는 이 대표는 정치권서 ‘삼진아웃’이 될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였다.
특히 이 대표의 무분별한 ‘이석기 구하기’ 행보는 당이 긴급사태를 당한 보통 공당 대표가 취하는 행동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름지기 대표라면 현 상황에서 개별 의원보다는 유권자에게 신뢰를 잃은 당 자체를 살리기 위해 대국민사과 및 해명 또는 이 의원 제명 등 당 혁신 방안에 중점을 둬야하는데 이 대표는 이와는 반대 기조로 가고 있단 것이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18대 대선서도...
근래 ‘이석기 사건’을 제외한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건 두 차례 사건은 지난 4.11총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단은 이 대표 측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관악을을 두고 김희철 민주통합당 후보와 야권단일후보 경선을 벌인 결과, 이 대표 측 보좌진 등이 여론조사를 조작한 의혹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 대표는 이 일로 인해 야권연대가 자칫 파기될 상황에 놓이자 즉각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잠재웠다. 하지만 이는 전초전이었다.
이 대표는 해당 사건 직후 통진당 내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이 터지자 매우 예민한 입장을 보였다. 본격 사건은 이때 시작됐다. 그는 당 차원에서 꾸린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 “비례대표 경선과정은 총체적 부정·부실선거”라고 결론을 낸데 대해 직전 사건과 달리 쉽사리 사건을 인정하지 않고, 진상조사위가 잘못 조사를 했다고 역정을 냈다. 공동대표인 심상정·노회찬·조준호는 이 대표와 대립했다.
해당 사건은 결국 ‘당권파’에 속했다는 이 대표와 공동대표이자 ‘비당권파’로 불린 심상정·노회찬·조준호 간 이견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더니 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를 계기로 통진당과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으로 분당됐다. 아울러 이 대표의 행동이 직전 사건과 판이하게 다른 것을 두고 ‘그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두 번째 사건은 18대 대통령선거 때였다.
비례대표 부정선거 의혹 및 분당사태 등으로 흠집이 난 이 대표는 대선서 ‘야당의 대선주자’로 나서 새누리당을 견제하고 무엇보다 야권연대를 통한 이미지 쇄신을 바랐다. 특히 ‘종북’(從北) 이미지를 씻고자 했다. 분당사태 등을 거치는 전후로 통진당은 당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종북의 대표주자’가 돼있었다. 이 의원의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종북보다 종미(從美)가 문제다”는 발언은 이에 더 힘을 실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대표는 실패했다. 오히려 그는 색을 더 짙게 만들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 후보 TV토론회에 나와 “천안함 사건을 보면 북한은 아니라고 하고 ‘남쪽정부’는 조사했는데”라면서 우리 정부를 북한이 지칭하는 ‘남쪽정부’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또 당시 토론회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게는 “박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해 파장을 일으켰다.
한편,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을 건 ‘삼진아웃’에는 내란음모혐의로 드러난 것 외에도 모두 이 의원이 숨어있다. 첫 번째 사건인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 당시 이 의원은 비례대표 2번이었다. 또 분당사태에서 이 대표의 배후로 당권파 및 이 의원이 거론됐다. 대선 당시 ‘종북’ 이미지를 씻기 위한 원인제공에는 언급된 것처럼 이 의원이 한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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