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콜드패' 나무배트가 한국야구 갉아먹는다?
자신 있는 풀스윙 습관 보다 맞추기 급급 현상 초래
요령 위주의 배팅 습관 배..개선도 어려워
잠잠했던 나무배트 논란이 다시 한국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국 청소년야구는 최근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에 충격적인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이튿날 베네수엘라와의 2차전에서 콜드게임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일본 투수들과의 수준차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현장을 지켜본 야구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지막 경기 대만전에서는 연장 11회 승부치기 접전 끝에 4-5로 지면서 동메달 결정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타자들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린 선수들이 국내무대에서 나무배트만 사용하면서 장타력이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야구연맹(IBAF)은 지난 2004년 4월 청소년급 이상 대회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금지했고, 대한야구협회도 그해 8월부터 고교야구 경기에 나무배트를 도입했다.
성장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나무배트 사용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다. 알루미늄 배트의 경우, 반발력이 커 자신 있게 풀스윙을 구사할 수 있지만, 나무배트는 아무래도 정확한 배트 컨트롤과 파워가 동반되지 않으면 장타를 때리기 쉽지 않다. 선수들은 출루만을 위해 맞추는 데만 급급한 타격을 하다 보니 어린 나이부터 타격폼에 대한 잘못된 습관이 자리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야구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처럼 선천적으로 체격조건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일찍부터 나무배트만 사용하게 되면 기본기 보다 요령 위주의 타격폼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는다. 일본은 아직도 청소년 선수들이 알루미늄 배트를 구사한다. 지난 여름 고시엔 대회에서 35개의 홈런이 폭발하기도 했다. 한국은 고교 대회에서 1~2개의 홈런만 치고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는 게 가능할 만큼 장타 가뭄이 심하다.
근육과 타격폼이 자리 잡기 전인 10대 시절에는 알루미늄 배트로 풀스윙 하는 습관을 기른 뒤 프로에 와서 차차 나무배트에 적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처음부터 나무배트로 잘못된 습관이 자리하면, 개선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파워는 뒤늦게 키우기도 어렵다.
이는 투수들에게도 악순환이라는 평가다. 타자들의 기술적 향상이 더디다면 상대하는 투수들의 발전에도 도움 될 것이 없다. 타자들이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할 경우, 장타를 의식해 제구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나무배트를 쓰는 환경에서는 어차피 제대로 칠 수 있는 구종이 많지 않다보니 힘으로만 밀어붙여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런 패턴은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국내 무대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국제무대나 프로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청소년야구에서 한국 투수들은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일본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기본기에서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분명했다. 어린 선수들의 기본기 격차는 결국 성인야구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야구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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