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삼성 배짱투…오승환 체감 계절 ‘장마’
'자칫 3위' 위기론에 선발 2명 가동 시스템까지
불펜 약화로 박빙 승부도 줄어..오승환 기회 없어 세이브 4위
잠실 빅뱅의 첫 판은 2위 삼성 라이온즈가 차지했다.
7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1위 LG와 2위 삼성의 운명을 건 첫 경기에서 삼성은 선발전원 안타 포함, 16안타를 몰아치며 LG를 7-2 완파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62승44패2무(승률 0.584)를 기록, 65승45패(승률 0.581)로 떨어진 LG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복귀했다. 승차 없이 다시 승률 전쟁이 시작된 것. 최근 경기를 치르면서 삼성과 LG의 승차 없는 승률 차는 지난 달 5리에서 3리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더 초박빙의 승부가 전개되고 있는 셈.
이틀 충분한 휴식을 취한 삼성 타선의 집중력은 1회부터 빛났다. 선두타자 배영섭이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최형우의 우전 적시타로 가볍게 1점을 선취한 삼성은 3회에도 선두타자 김상수가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때부터 삼성 타선의 응집력은 발휘됐다. 정형식의 우월 2루타에 이은 최형우의 2타점짜리 우전 적시타가 이어졌고 최형우를 고의사구로 거른 만루 찬스에서 박석민의 2타점짜리 좌전 적시타가 터졌다. 이어 강봉규의 좌전 적시타로 추가 득점, 4-0 앞서가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반면 삼성을 상대로 2경기에서 2승을 거두며 11이닝 무실점 연속 호투를 보였던 '삼성 킬러' LG 선발 우규민은 5.2이닝 9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강판됐다. 선발은 표면적으론 배영수와 우규민의 맞대결이었지만 다른 게 있었다. 삼성과 LG는 선발 운용 전략 자체가 달랐다.
류중일 승부수 '1+1 배짱투'
시즌 내내 거의 1위를 유지하다 주초 KIA와의 2연전에서 연패하며 2위로 내려앉은 삼성 류중일 감독은 절박했다. 이틀 쉬는 동안 모처럼 지옥의 펑고를 치면서 침체된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 주말 잠실전을 앞두고 결의를 다졌던 셈이다.
이런 절박함은 마운드 운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가을 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두 명의 선발을 묶어 한 경기를 치르는 소위 '1+1' 투수 운용이다. 포스트시즌에는 3인 선발만 필요하다. 최근 5~6인 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경우 2명씩 묶어 가을 야구를 치르는 게 일반화돼 있다.
상대가 좌타 위주일 경우엔 좌완 선발을 먼저 내고, 우완을 뒤로 돌리는 데 7일 경기에선 로테이션 상 배영수 차례였다. 류 감독은 배영수를 앞에 쓰고 좌완 장원삼을 뒤에 배치했다. 배영수는 초반 수 차례 위기에서 관록투로 위기를 모면했고, 5-0 리드에 등판한 장원삼은 부담없이 공을 뿌렸다. 바로 삼성의 1+1 배짱투가 이날 1위 탈환의 결정적인 동력이 됐다.
9회 선두타자 캡틴 이병규가 중전 안타로 만든 찬스가 후속 타자들의 범타와 삼진으로 끝나려 는 순간 대타 정주현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1점을 얻고, 윤요섭의 좌전 안타가 이어지면서 2점을 뽑아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삼성 입장에선 잘 던지고도 9회 2사 후 2실점이 아쉬운 대목. 반면 LG 입장에서는 아웃 카운트 한 개 남겨두고 얻은 2득점이 8일 경기에선 침체된 분위기 반전의 청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오승환 체감 계절 '아직도 장마'
지난달 25일 롯데전에서 시즌 23세이브를 기록한 이후 약 2주 동안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몇 경기 등판은 했지만 컨디션 점검 차원이지 세이브 기회는 아니었다. 그만큼 올 시즌 오승환이 등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오승환의 체감 계절은 아직도 장마고 어깨는 곰팡이가 쓸 지경이다.
그 이유는 이기는 경기는 크게 이기고 박빙의 승부가 좀처럼 펼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셋업맨의 약화다. 오승환 앞에서 세이브 기회를 만들어줄 안지만과 권혁 등의 불펜진이 부진해 역전 당하거나 박빙의 승부 자체가 어려워 진 것 역시 오승환이 본의 아니게 개점휴업하게 된 또 다른 이유다. 덕분에 장원삼은 생애 첫 세이브를 체험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 가을야구에나 나올 법한 급박한 1+1 마운드 전략을 이미 가동하고 있으니 오승환의 등판 타이밍 잡기는 더더욱 어려워진 상황. 손승락(넥센)이 38세이브로 멀찌감치 치고 나갔고 봉중근(LG)가 33세이브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오승환은 김성배(롯데)에 이어 세이브 부문 4위에 머물러 있다. 감각 점검 차원에서 등판한 것을 포함해도 39경기에 불과하다. 김성배는 무려 올시즌 51경기에 등판했고 손승락과 봉중근 역시 약 50경기에 등판했다는 것만 봐도 오승환의 개점휴업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삼성의 선발 1+1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틀의 휴식으로 인해 선발 요원의 로테이션에 여유가 있었고 두 번째로 LG, 두산과의 피말리는 순위 싸움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1위에서 2위가 아닌 3위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1+1 투수 운용을 탄생시킨 요인이다.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면 사실상 한국시리즈 우승은 멀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
삼성의 긴급 처방 배짱투가 7일 LG전에서는 주효했다. 8일에는 차우찬과 리즈의 맞대결이다. 좌완 선발인 경우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즉, 1+1 전략 없이 차우찬으로 좌타 위주 LG를 상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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