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벵거 감독, 박주영에 일말의 애정?
셀타비고 임대와 25인 로스터 포함 등 일말의 애정 있어
어려운 생존 경쟁 속에도 전의 불태워야..소통도 중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의 명문’ 아스날(EPL)의 축구철학은 아기자기한 경기운영이다.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 지휘 아래 오밀조밀한 패스와 쌍권총처럼 쏴대는 슈팅이 맛깔스럽다. 선수구성도 그런 전술에 최적화됐다.
아스날을 거쳐 간 나스리(맨체스터 시티)와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는 정교한 패스가 돋보이는 미드필더였다. 역대 공격진도 베르캄프, 티에리 앙리, 판페르시 등 기술파가 아스날을 이끌었다. 현재는 허리에 외질, 공격 포돌스키 등으로 구성, 기술축구 명맥을 잇고 있다.
‘기술파’ 박주영도 분명히 벵거 감독 구상에 포함돼있다. ‘프랑스 출신’ 벵거 감독은 AS모나코에서 활약한 박주영에게 관심이 많았다. 벵거는 모나코에서 뛰던 앙리를 슈퍼스타로 키운 사례를 떠올리며 박주영에게도 직통전화를 걸었다. 박주영은 2011년 릴과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벵거 감독 전화를 받고 아스날로 급선회했다.
그러나 호사다마일까. 장밋빛 예상은 빗나가고 거센 풍파가 불어 닥쳤다. 박주영은 프랑스에서 ‘부상’을 안고 아스날에 입성, 몸놀림이 무뎠다. 벵거 감독은 EPL 3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직행티켓 확보를 위해 한 경기 한 경기가 귀중했다.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박주영에게 기회를 주긴 어려웠다.
게다가 박주영은 실전감각까지 잃었다. 설상가상, 과묵한 박주영은 런던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려 오해가 첩첩산중 쌓여갔다. 다혈질적인 영국 일부 언론은 박주영을 혹평하기 시작했다.
벵거 감독은 ‘동네북’으로 전락한 박주영의 실전감각 유지를 위해 지난 시즌 스페인 셀타비고로 임대 보냈다. 스페인에서 적응하는 듯했지만 아무래도 ‘임대용병' 신분이다 보니 찬밥 대우가 잦았다. 특히, 셀타비고 구단주는 박주영을 일회용 취급했고, 지역 언론도 박주영에게 인색한 평가를 했다. 결국, 아스날에 이어 셀타비고에서도 경기력과는 별개로 휘둘린 인상이 짙다.
올 시즌 아스날로 복귀한 박주영은 일단 1군 25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여름이적시장 기간 프랑스 생테티엔이 박주영을 원했지만, 아스날 감독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현지 평론가는 “올 시즌 아스날 공격진의 잦은 부상으로 벵거가 박주영을 붙잡아 뒀다. 비록 차선책이지만, 박주영의 공격적 재능을 여전히 믿는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어찌 됐든 벵거 감독은 박주영에게 애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벵거 감독은 평소 입버릇처럼 “박주영은 기술이 탁월하고 영리한 선수”라고 말한다. 일본 J리그 나고야를 지도한 벵거 감독은 극동아시아 선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박주영 뿐만 아니라 미야이치 료도 곁에 둔 채 EPL 적응을 돕고 있다.
지금부터는 박주영 하기 나름이다. 무엇보다 훈련 때 전의를 불태워야 한다. 섬세한 벵거 감독은 박주영의 절박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열정은 통하기 마련이다. 박주영은 가치 있는 선수다. 컨디션을 끌어올려 가진 역량을 발산한다면 선입견은 깨지고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소통도 중요하다. 지금 박주영은 외곬 이미지다. 현지언론과에 좀 더 관대하고 관계 회복도 필요하다.
박주영이 극적인 부활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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