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임창용·2군 김병현, 잠수함의 격세지감
임창용 빅리거 첫발 내딛던 날 김병현 2군행
10여년 만에 뒤바뀐 야구인생 격세지감
임창용(37·시카고 컵스)과 김병현(34·넥센 히어로즈), 90년대 이후 한국야구를 대표해온 두 언더핸드 투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임창용은 지난 8일(한국시각) 역사적인 빅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메이저리그로 전격 승격된 지 4일 만이다. 미국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에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0.2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임창용은 이날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른 역대 14번째 한국인 선수이자 가장 늦은 나이에 데뷔전을 치른 최고령 메이저리거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일본 야쿠르트 등을 두루 거친 임창용은 구대성-이상훈-박찬호에 이어 네 번째로 한미일 야구를 모두 거친 한국인 선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공교롭게도 임창용이 빅리거로 첫발을 내딛던 그날, '원조 메이저리거 1세대'로 꼽히는 김병현은 또다시 2군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맛봤다. 시즌 5번째이자 지난 1일 확대 엔트리를 통해 1군에 올라온 지 7일 만이다. 김병현은 지난 7일 두산전에서 9-0 크게 앞선 8회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0.2이닝 2피안타 3사사구 1실점으로 부진했다.
김병현에게 올해 투수 최고연봉인 6억원을 지급하고 있는 넥센 구단으로서는 그의 부진이 난감하기만 하다. 국내 무대에 첫 발을 들인 지난해 3승 8패 3홀드, 평균자책점 5.66으로 주춤했고, 올 시즌 5승 4패 5.26의 평균자책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중반을 넘어서면서 투구 밸런스 난조로 집중타를 허용하는 경기가 대폭 늘었다. 염경엽 감독은 "밸런스를 찾기 전까지는 언제 다시 1군에 올릴지 알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임창용과 김병현의 뒤바뀐 야구인생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한국선수 중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만 두 번이나 차지했고, 한 시즌 30세이브를 올리며 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했다.
그러나 잦은 불화와 구설수로 마찰을 빚으며 2008년 피츠버그에 방출된 것을 끝으로 초라하게 빅리그 생활을 접었고, 2년간 무적 신분을 거쳐 2011년에는 일본 라쿠텐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야구에서도 최고연봉 투수라는 이름값이 무색하게 2군을 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창용은 2002년 첫 미국진출 타진 때만해도 포스팅시스템에서 낙방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절치부심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최정상급 투수의 반열에 올랐고, 수차례 치명적인 부상과 노쇠화에 대한 우려마저 극복하고 30대 후반에 늦깎이로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까지 입성하며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병현은 임창용보다 나이가 3살이나 어리다. 순탄한 야구인생을 걸어왔다면 아직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시점이지만, 잦은 방황으로 재능을 허비하다가 일찍 내리막길로 접어든 김병현의 하향세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