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력화 가시권에 들어와야 할 시기인데 여전히 원론적 얘기만"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정치는 세(勢)로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여야의 NLL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본회의 표결처리 이후 안 의원의 행보가 눈에 띄게 변했다.
안 의원은 최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국가정보원 개혁, 서울시 무상보육, 이석기 사태로 불거진 종북세력 등 현안마다 자신의 생각을 ‘명확한 화법’으로 밝히고 있다. 그동안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신비주의에 싸여있던 안 의원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안 의원이 현안마다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국에서 안 의원 스스로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않으면 설 공간이 없다는 것을 직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안 의원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당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지 못한 안 의원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 대선을 계기로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아직도 세력을 가시화하지 못한 배경에는 안 의원의 리더십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안 의원은 최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여준 전 장관을 비롯,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 최장집 명예교수 등과도 등을 돌렸다.
이와 관련,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난 9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안철수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안 의원이 국회등원 후 실질정치에 몸담은 지 상당기간 시간이 지났다”며 “이제 혼자 뛸 타이밍은 아니다. 안 의원의 정치 세력화가 가시권에 들어와야 할 시기로 정당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최소한 정치조직화는 갖추어 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은 ‘신당창당’은 아니더라도 안 의원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이 보는 안 의원은 여전히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며 “지금은 ‘새정치’가 아닌 본인의 세에 대한 실질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평론가는 또한 안 의원이 정치 현안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양당의 대립구조 속에서 본인이 설 공간이 상대적으로 없다는 것에 대한 “초조함과 답답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결실을 만들어 내지 못해 때로는 양당에 양비론으로 비판을 하면서 제3의 새로운 정치적 영역을 만들려는 치열한 전략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그렇지만 국민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도 최 명예교수의 중도 사퇴 등에서 보여지는 안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안 의원의 새로운 세력 규합에 있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최 명예교수가 중도에 사퇴한 것에 대해서는 안 의원이 이념에 대한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 실장은 “주변에서 동조하거나 타격에 대비해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신 목소리를 내는 스피커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안 의원의 경우 사실상 혼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파급력이 확장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와 진보를 모두 아우르려는 안 의원의 이념적 방향이 애매모호하다”며 “이념적 선명성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최 교수의 영입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으로 최 교수가 사퇴한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도 “안 의원이 자기 색을 갖춘 선명한 잣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최 교수의 사태는 안 의원의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안철수 리더십은 자력에서 발생한 것이 아닌 ‘안철수 현상’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오랜 기간에 걸친 개인의 카리스마에서 나온 리더십의 산물이 아니라, 여당도 싫은데 야당으로는 안 되겠다는 ‘안철수 현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치는 정치적 존재감이 중요한데 여야 대립구도에서 세력에 밀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리더십은 함량 미달”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꾸준한 것을 보면 안 의원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아직도 남아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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