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주무장관이 조율도 없이 일방 사퇴라니
국가정책 동력 찬물 끼얹고 장관 소신 운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물러났다. 석연치 않은 사연들이 많다. 소신이라는 평가도 한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언급하기도 한다. 박근혜정부의 복지정책을 견인해온 사람이다. 당연히 관심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언론에 알려진 사연은 간단하다. 기초노령연금 정책 때문이다. 이 정책은 박근혜정부의 핵심정책이며 공약이다. 진 전 장관이 상당부분 관여되어 있다.
결국 돈 문제였다. 나라 예산이 복지정책을 실현하는데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진 전 장관은 수정안을 협의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뭔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반대했고 청와대는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진 전 장관이 사퇴의 변으로 밝힌 이유다. “양심”을 들먹였다. 청와대로서는 곤혹스럽다. 핵심정책의 주무장관이 “양심”을 들먹이며 사퇴를 밝힌 까닭이다. 혼란스럽다. 어느 것이 올바른 태도인지 모르겠다. 진 전 장관은 판단의 몫을 국민에게 돌려 놓았다. 국민들은 판단을 해야 한다.
주무장관으로 끝까지 정책을 이끌고 수행해나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소신에 맞지 않으니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 맞는지를 말이다.
먼저, 국정운영이라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책임자다.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국정운영을 함께 책임지는 자리다. 다시 말해 한 배를 탄 것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결과와 책임을 공동으로 져야 하는 것이 통념이다.
소신이라는 것이 국정운영에는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할 것이 있다. 국정은 어느 개인의 생각대로 가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소신은 있으나 끊임없는 설득과 책임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정책이 본인의 소신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개인의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소신이 맞지 않다고 해서 일을 버려서는 안된다. 칼로 두부를 자르듯 이것은 아니라고 한다면 그 정책은 어떻게 될까. 국민들은 당연히 오해를 할 수 밖에 없다.
설사 다른 방도가 있다 해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본인은 소신을 밝혔지만 그 정책은 동력을 잃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국정은 그런 것이다. 소신을 용기있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소신을 관철시켜 나가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그렇치 않으면 “마음에 들지 않으니 X판을 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하물며 장관이 하는 일이다. 본인의 소신을 위해 핵심정책의 동력까지 부숴버려서는 안될 일이다.
이와 함께 장관으로서 자질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전통적 정서가 있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다. 절대적 복종이 아니다. 기본적 예의를 말하는 것이다. 본인보다 우선해서 걱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장관이 되었다는 것은 대통령의 국정이념과 철학에 찬성한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국정철학과 정책을 실현시켜야 한다. 다소의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인내하고 설득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통령에 대한 예의다. 무조건의 복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진 전 장관은 그것을 소홀히 한 것 같다. 정책추진을 위해 대통령께 얼마만큼의 진언을 했는지, 또 설득을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뜬금없이 사퇴가 흘러 나왔다. 그것도 측근을 통해 나온 것이다.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인 것이다.
정책 수행을 총괄하는 주무장관이 먼저 사퇴를 언급한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더구나 집권 8개월째다. 정책집행에 중대한 고비를 맞을 시점이다. 이 시기를 그대로 보내면 정책실현은 상당히 힘들어 진다. 5년 단임제 대통령제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 시기에 일방적으로 사퇴를 운운한 것이다. “재를 뿌린 것”과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함께하는 주무 장관이라면 먼저 사퇴를 언급해서는 안된다. 불만이 있고 심각한 갈등이 있더라도 참아야 한다. 나로 인해서 다른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지, 중요한 정책이 중단되지는 않을지, 대통령의 국정능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지, 곰곰 생각해 보고 행동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장관이기 때문이다.
진 전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다. 이른바 실세 장관으로 불린다. 그런 사람이 박근혜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소신과 양심을 언급했다. 중요한 말이다. 본인의 양심과 소신은 지켜졌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국가정책의 동력은 반 토막이 났다. 대통령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었다.
진 전 장관은 정치인 출신이다. 그것을 십분 이해해도 이런 방법은 아닌듯하다. 진 전 장관은 속이 편한지 묻고 싶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양건 전 감사원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그리고 진영 전 장관까지 줄줄이 각을 세우며 등을 돌리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물이 새고 있다. 뭣 때문인지, 왜 그러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문제다.
인사는 만사다. 기본이며 골격이다. 지금부터라도 다잡아야 할 것이다. 갈 길은 아직 멀었다. 4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잘못된 것도 바로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이런 상황이 온다면 정말 심각해 질 수 있다. 이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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