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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학생에 과도한 징벌 없앤다는데...효과는?


입력 2013.10.01 17:15 수정 2013.10.01 17:33        김수정 기자

미혼모 중 10대 비율 절반 상회…학교선 자퇴 종용

# 지난달 11일 부산에서 중학교 2학년인 여학생이 갓 출산한 영아를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15층에서 밖으로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서 A양은 가위로 탯줄을 자르고 나서 아이가 울자 가족에게 들킬 것을 우려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 몇 해 전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B양은 원치 않은 임신으로 학교로부터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다. B양은 학교 측에 간곡히 대안학교 입학을 추진해달라고 부탁했으나 학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B양의 어머니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인권위의 중재로 B양은 대안학교로 인도될 수 있었다. 그러나 B양은 당시 학교 측의 태도로 마음속에 큰 상처를 받았다.

해마다 청소년들의 이성교제는 물론 성경험이 빨라지면서 10대 미혼모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학교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연애를 금지하거나 미혼모 학생에게 과도한 징벌을 내려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칙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교육부는 1일 전국 시·도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는 학생 미혼모 등의 학습권을 침해할 수 있는 학교 규칙을 개정하라고 지도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조처로 일선 학교는 임신·출산을 한 학생 미혼모나 이성교제를 하는 학생에게 퇴학, 전학, 자퇴 권고 등의 징계를 내리도록 한 학칙을 개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도 교육청은 학교별로 해당 조항을 개정했는지 자체 점검하도록 하는 동시에 지역교육청 단위의 ‘학교규칙 컨설팅’을 병행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서는 청소년 미혼모가 계속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제도를 적극 활용·안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제도에서 더 나아가 강제성을 띠게 되면서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도입된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관련 교육자들의 의식 변화와 아이들의 대한 사회안전망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대안학교인 ‘나래대안학교’의 한 관계자는 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곳에 오는 학생들 상당수가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자퇴 조치를 받은 아픔을 갖고 있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강제적으로나마 미혼모 학생들에게도 학습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관계자는 이어 “다만, 아무리 좋은 제도가 도입될 지라도 무엇보다 관련 학교장 혹은 교사들의 의식이 먼저 개선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며 “가령, 지금도 학교 내에 청소년 임신 등 관련 상담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에서 ‘대안학교’로 인도하기보다 자진퇴학을 종용하는 편이다. 이 같은 교육자들의 의식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족과 지역사회 등 사회안전망 구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관계자는 “미혼모 또는 지나친 이성교제 문제로 자퇴하는 학생들 가운데 어려서부터 가정으로부터 애정 결핍 혹은 폭력으로 상처 입은 친구들이 많다”며 “애정에 메마른 아이들이 그 부족분을 채우려다 보니 이성교제에 치중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주는 일종의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학교나 정부, 지자체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의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것에서 조금 더 확대된 방안으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향후 자체적인 추가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미혼모 가운데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980년 25%에도 못 미쳤으나 2000년 이후 53%로 약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해당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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