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주장하는 '새정치'와 달리 민주당 인사들만
관망하던 여권 '안심' 텃밭경쟁 민주당도 '안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신당 창당을 위한 ‘세(勢)넓히기’에 본격 시동을 걸고 있지만, 당초 명성을 찾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안 의원이 창당 발판으로 삼았던 ‘인재영입’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신선함’이 부족하단 얘기다.
최근 안 의원이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등은 대체적으로 실망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안 의원의 싱크탱크이자 신당의 전신(前身)으로 불리는 ‘내일’의 대표주자들이 민주당 인사들로 점철됐다는 이유다. 전북 실행위원에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인사들, 광주·전남 또한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단 핀잔을 받았다.
당초 안 의원의 ‘세 넓히기’로 지지자들을 빼앗길까 노심초사했던 여권은 이런 안 의원의 행보에 “안 의원이 ‘300분의 1’로 굳어졌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 측과 ‘텃밭 경쟁’을 벌이는 민주당 측 또한 안도를 넘어서 안타까워하는 기류까지 포착된다.
민주당 4선 의원의 한 보좌진은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이번에 안 의원 측에서 발표된 인사들을 좀 알고 있는데 솔직히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분들”이라며 “만약 향후 선거에 나온다면 B급 또는 C급으로 급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보좌진은 또 “좀 더 신선한 사람들을 통해 ‘안철수의 사람들’이란 인상을 줘야하는데 그런 게 없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민주당 3선 의원 보좌진 또한 “인재가 없다”면서 “기존 정당서 사이드에 있던 사람들이 모였다. 안 의원 측에선 이 정도면 많이 알려지지 않고, 순수한 사람들로 구축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외부에서 봤을 땐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오는 10월 재보궐선거를 포기한 것도 그의 신선함 저하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지역구가 9곳 정도에서 2곳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이 2곳 또한 여당바람이 세다는 이유 등 여건이 받쳐주지 않은 게 선거 포기 이유로 꼽히지만, 주요 이유는 ‘능력 있고 신선한 후보’를 영입하는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란 말이 많았다.
앞서 안 의원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등 신선하면서도 저명한 인사들을 ‘잡았다 놓치는’ 상황을 반복하기도 했다.
'안철수' 대체할 '제3인물' 나타난다면?
결국 모든 상황을 종합한다면 안 의원에게 화살이 돌려진다. 안 의원 자체의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주변에 모이는 인사들도 신선도가 저하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안 의원의 ‘신선도 부족현상’은 언제부터였을까.
보통 의원이 된 직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때부터 그는 지난 대선을 뒤흔들었던 ‘명실상부한 1인’에서 ‘300분의 1’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됐다. 게다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새 정치’는 ‘대한민국 3대 미스터리’로 희화화됐다. 인재영입 발판도 흔들렸다.
안 의원의 ‘신선도 회복’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대체적이다. 앞서 민주당 3선 보좌진이자 ‘국회밥’을 오래먹은 해당 관계자는 “안 의원의 신선도는 떨어진지 오래”라면서 “현재 안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안 의원이 아니고 ‘제3자’가 나타나면 과감히 안 의원을 버리고 그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쉬게 된 반찬이 뜨거운 물에 끓인다고 원상태가 되겠느냐”면서 “안 의원 딴에는 노력을 하겠지만, 향후에도 지금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밖 민심은 여전히 안 의원을 향하고 있단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기존 정당의 대안으로 ‘안철수’라는 인물을 택했던 만큼 안 의원을 대체할 ‘제3의 인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국민은 ‘안철수’를 내키든 그렇지 않든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안 의원의 측근인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2일 안 의원 측에 신선도가 부족한 인재가 대거 포진한다는 비판에 방어막을 쳤다.
그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소위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언론이나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정치활동을 하던 분들이 더 눈에 띄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기성정당이 이때까지 역할을 잘했다면 그분들이 있던 곳에서 왜 밖으로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대안세력을 만드는데 있어 아무래도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의 경력이 배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정치활동을 하지 않던 분들이 우리 측에 많이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그런 분들은 이때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특별한 경력만을 보고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