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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상징을 함부로 철거하다니...


입력 2013.10.13 10:34 수정 2013.10.13 14:55        김명신 기자

독립·예술영화 전용극장인 '시네마테크부산'

시민들 반대 불구 재개발 맞물려 철거 예정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많은 영화 팬들의 향수에 젖었던 시네마테크부산이 개발로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네요. 안타깝습니다."

"저희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충분히 공감가고 이해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도 아쉽지만 수용해야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느 덧 18번째를 맞았다. 1996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첫 출항을 알렸던 'PIFF'(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당시엔 PUSAN으로 표기했다). 당시 중구 남포동을 중심으로 부산극장, 국도극장 등에서 36개국 169편의 영화가 상영돼 무려 18만 4천여명 관객 동원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위치한 시네마테크부산(사진 좌)이 역사를 뒤로하고 내년 철거될 예정이다. 2011년 완공된 '영화의 전당'(사진 우)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렇게 18년이 지나 올해는 70여개국에서 초청된 301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상영관도 부산 '영화의 전당' 전용상영관을 비롯해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메가박스 부산극장 등 7개 극장 35개관에서 펼쳐졌다. 규모가 두 배 이상 확장된 셈이다.

개·폐막식 장소 부산시 우동의 영화의 전당으로, 거대한 규모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가늠케 하고 있다. 시네마운틴, 비프힐, 더블콘 등 3개의 건물로 이뤄졌으며 자체적으로 상영을 할 수 있는 3개의 상영관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렇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거듭났으며, 규모상으로나 국내외 관객들의 관심도나 기대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과거의 추억과 인간적인 영화제의 묘미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한 '시네마테크부산'을 아시나요?

부산 시민이나 부산을 찾는 영화 팬들이 예술영화나 고전영화들을 보기 위해 가는 곳이 있다. '시네마테크부산'이다. 과거 많지 않았던 상영관 탓도 있었겠지만 최초의 전용 상영관이라는 점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과 함께 하면서 수많은 스타들이 자취를 남긴 낭만의 공간으로, 추억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기대 이상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며 영화들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다. 이를 계기로 전용상영관이 필요했던 영화제 측에 의해 시네마테크부산이 만들어졌다. 1999년 정부지원을 받은 부산시에 의해 요트경기장내 2층 짜리 극장 '시네마테크부산'이 들어섰고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10여년을 지냈다. 어쩌면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한 셈이다.

물론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무대는 부산 중구 남포동이었다. 과거 영화제가 출범할 당시만도 대영시네마, 부산극장, 국도극장 등 남포동 일대 지역 극장에서 상영이 주를 이뤘고, 관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개·폐막식은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영화제 기간 동안 '시네마테크부산'에서의 상영도 이뤄졌다. 하지만 '영화의 전당' 시대가 도래하면서 그 소속으로 넘어갔고 그 공간은 곧 철거될 예정이다.

시네마테크부산은 단관(상영관 수 1개)으로, 유일하게 전용상영관과 자료실을 갖춘데다 예술, 독립영화들을 연중 상영하며 부산 영화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곳에는 당시 영화제를 찾은 배우들의 핸드프린팅과 영상 관련 자료들 등 영화 관람 뿐 아니라 다양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5년 동안 PIFF의 개·폐막식 장소로 활용된 수영만 요트경기장의 야외상영장과 시네마테크부산은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남게 됐고 2011년 PIFF에서 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로 바꾸며 제2기 출범을 알렸다. 2011년 10월 ‘수영만 요트 경기장‘에서 ‘영화의 전당’으로 그 무대가 이전되면서 시네마테크 역시 영화의 전당으로 흡수됐다. 이후 일각에서는 '독립'적인 색깔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위치한 시네마테크부산이 역사를 뒤로하고 내년 철거될 예정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규모면에서 거대화 되며 멀티플렉스 상영관 확보가 불가피 했다. 때마침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증가와 더불어 기존 영화관의 비싼 대관료와 숙박 시설의 부족 등을 이유로 영화제 측은 새로운 '곳'이 필요했다. 그렇게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그 무대가 옮겨지기 시작했다. 영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매년 부산의 찾은 국내외 스타들과 영화 관계자들, 그리고 관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상영관과 숙박시설이 필요했을 터다.

그와 맞물려 유명 국제영화제들이 그렇듯, 전용상영관의 필요성을 느낀 영화제 측은 2005년 부산 해운대 우동에 ‘영화의 전당’을 건립에 착수했고 자연스레 영화제 행사의 주 무대가 해운대가 됐다. 그러면서 '시네마테크'는 영화의 전당 소속으로 이전, 결국 '시네마테크부산' 건물은 2011년 폐쇄된 가운데 내년께 철거 위기를 맞고 있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영만 요트경기장 일대를 재개발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직 철거 일자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해당업체) 협상 단계가 남은 상태로, 아마도 내년쯤엔 철거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짧은 답변을 내놨다.

사실 시네마테크부산 이전과 철거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 시민들과 일부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영화제도 영화제지만 독립, 예술영화를 보기 위해 매년 그곳을 들렀던 시민들은 이전은 하더라도 철거에는 반대라는 입장이다. 1인 시위에 서명 운동까지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매년 성장하면서 분명 한국의 영화계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 이견을 제기하는 대중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뒤에서 함께 시작했고, 그 첫 공간을 기억하는 팬들의 추억이 사라짐을 아쉬워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위치한 시네마테크부산이 역사를 뒤로하고 내년 철거될 예정이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특히 일각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 해운대 인근 멀티플렉스 상영관 위주의 상영을 지적하며 ‘부산국제영화제 = 해운대영화제‘ 인상을 심어준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외관상의 규모 확장 급급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규모상으로나 국제적 명성, 국내외 관객들의 관심도나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반해 과거의 추억을 뒤로한 '사람 냄새 났던' 영화제 본연의 묘미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한 수석프로그래머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1996년 영화제 시작과 맞물려 1999년 요트경기장 내에 시네마테크부산이 건립됐다. 부산시가 정부 지원을 받아 지은 건물"이라면서 "비단 영화만 볼 수 있는 공간을 넘어 주변 환경도 좋고 편하게 쉴 수도 있는 공원이 있다는 이점이 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던 점을 기억한다. 우리 역시 철거가 안타깝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수용할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수석프로그래머는 "그곳을 살려 운영을 하려면 따로 예산이 필요하고, 적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시네마테크부산' 건물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충분히 공감이 가고 이해되는 부분이다"라면서 "안타까운 부분들이 있지만 앞으로 '영화의 전당' 주변 환경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원이나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조금 더 만족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영화의 전당' 3년. 분명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을 대변할 최고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이제는 '옛' 시네마테크부산이 된 건물의 철거와 보존에 대한 문제는 곱씹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철학과 김준수 교수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작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시민들이나 부산을 찾는 영화 팬들은 독립, 예술영화를 즐기기 위해 시네마테크부산을 찾았다. 그곳에 애착을 갖고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전통도 있고 보존이 됐으면 했는데 개발 등으로 철거가 예정돼 아쉽다.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이나 관계자들이 서명운동까지 하며 지키려 했던 곳이다”라고 아쉬워 했다.

김 교수는 “물론 '시네마테크'가 좋은 곳으로 가 기쁜 일이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낡았다고 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애착을 가지고 기억하는 공간을 개발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나. 해외의 경우처럼 고유 공간으로 유지되거나 문화 예술의 면모를 갖춘 곳으로 활성화 된다면 부산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적으로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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